카르자이, 내달 7일 대선 결선투표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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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프가니스탄이 다음 달 7일 대통령 결선 투표를 치른다. 8월 20일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잠정 개표에서 카르자이는 54.6%로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28.7%)을 제치고 과반수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듯했으나 선거 부정이 적발되며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아지줄라 로딘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IEC)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카르자이 후보가 49.67%의 득표율을 기록해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다” 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TV에 나와 “결선 투표가 아프간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겠다고 주장하던 데서 물러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르자이의 결정을 환영했다. 카르자이의 결선 투표 수용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했다간 국제적으론 지원이 줄고 국내적으로는 다음 임기 내내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카르자이는 결선 투표를 수용해 최악의 국론 분열을 막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됐다. 결선 투표가 더 늦어지면 정국 혼란이 가중되는 데다 아프간에 겨울이 찾아와 투표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갈 길이 험난하다. 먼저 아프간 무장반군인 탈레반이 무자비한 투표 방해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지난 8월 대선에서도 탈레반은 투표소 폭파 테러를 벌여 수십 명을 숨지게 했다. 이로 인해 당시 투표율은 38.7%에 그쳤다.

아프간 조기 결선 투표는 미국에도 도전이다. 아프간이 결선 투표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 정국이 안정되면 미국은 증원을 포함한 아프간 전략을 펴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도 정국 혼란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프간은 미국에 ‘제2의 베트남’이 될 공산이 커진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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