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악단 ASMF, 창단 40주년 기념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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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 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녹음했던 영국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스 오케스트라(ASMF)가 창단 40주년을 맞아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정상급 교향악단으로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이다. IMF한파로 외국 교향악단의 공연에 목말라하던 음악팬들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네빌 마리너 경(75)이 이끄는 ASMF가 4년만에 이뤄진 내한 무대에서 들려줄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35번 A장조(하프너)' ,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황제)' ,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신세계)' 등. 우연의 일치지만 모두 표제가 붙은 친숙한 작품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백건우씨가 협연자로 나선다. 외국 교향악단 내한공연의 인기 협연자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백씨는 지난 6월 KBS교향악단과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제2번, 9월 서울시향과 강석희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 바 있다. 외국 교향악단과는 1년만의 무대다.

ASMF는 93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수출 공로상을 받은 연주단체. 연간 순이익금은 2백만파운드(약 46억원)에 달하며 그중 3분의 2는 해외연주 및 레코딩에서 벌어들인다. 지금까지 내놓은 음반이 1천 종이 넘는다. 그중 모차르트의 '레퀴엠' '미사 c단조' '마술피리' '호른 협주곡 전집' , 포레의 '레퀴엠' 등이 명반으로 손꼽힌다. '아마데우스' 사운드트랙 앨범은 세계적으로 1천5백만장 이상 팔렸다.

외국에서도 대부분의 연주단체들이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서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ASMF의 '재정적 성공' 은 예외적인 일.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않으면서도 잘 꾸려나가는 이들은 오케스트라 경영의 모범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 악단은 57년 젊은 현악기 주자들이 앙상블을 조직,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한 세인트 마틴 인더 필스라는 성당 지하에서 바로크음악을 연주하며 시작됐다. 50명의 단원으로 출발했으나 음악에 따라 단원수를 신축성 있게 늘여가면서 바로크에서 20세기 음악에 걸쳐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59년 네빌 마리너경을 리더로 영입한 후 상설 악단으로 탈바꿈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02-598-82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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