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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자연 은은한 색채묘사…권기윤 교수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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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한 붓질. 희한한 아이디어보다는 진실함에 승부를 거는 화폭. 한국화가 권기윤(45.안동대 교수)씨가 지난달 29일부터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안동(安東)의 바람과 햇빛, 그리고 산과 물' 전을 열고 있다. 그의 다섯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안동의 풍광과 산수를 10년이 넘게 그려왔다. 안동 태생은 아니지만 교직에 몸담으면서 어느덧 제 2의 삶의 터전이 된 안동의 자연에 빠져들게 된 것. 철저한 현장 스케치부터 시작해 그 밑그림 위에 화선지를 대고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그의 그림은 화선지가 밑그림을 빨아들이는 듯한 사실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3년간의 근작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후기 화가들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그가 표방하는 '진경 정신' 의 토대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겸재 정선.현재 심사정.능호관 이인상.단원 김홍도 등 옛 화가들의 화법과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을 생생하게 느끼되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관점에서 재구성.재해석하는 것이다.

농묵(濃墨)과 담묵(潭墨)의 강약 조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듯한 붓질과 자칫 고답적으로 느껴지기 쉬운 한국화의 채색법과는 다른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색채 구사 등이 돋보인다.

자잘한 세부 묘사도 장점. 하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기운 참' 이 없어 작품의 포인트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권씨는 김호득.강경구.김선두씨 등과 함께 한국화단의 '허리' 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까지. 02-720-1524.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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