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과 윤리경쟁력'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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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앙일보는 연세대.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29일 오후 2~5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세계경영과 윤리경쟁력'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본사 김정수(金廷洙)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이어 유정석(柳正錫)국무조정실 차관보, 강용석(康容碩)변호사, 김석중(金奭中)전경련 상무, 임광동(林光東) 한국HP상무가 토론에 참여해 기업윤리의 중요성과 제고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주제발표 요지. 괄호 안은 발표자.

◇ 경제논리와 기업윤리(金玎東 연세대 교수)〓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윤리가 정착될 수 없다. 인간은 자기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다. 따라서 비윤리적 행동을 해봐야 이익은커녕 손해만 돌아가는 사회경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사회가 투명화.세계화.경쟁시장화될수록 건전한 기업윤리 정착이 기업의 생존.발전에 필수 요소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타성에 젖어 비윤리적 행동을 하면 누가 그랬는지 쉽게 드러나고 전세계로 빠르게 알려지며 가차없이 도태당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를 안내면 다음에 보험료를 깎아주듯 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람에겐 명예와 보수가 돌아가는 동기 유발적 시스템도 필요하다.

결국 경제논리와 기업윤리는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경제논리에 철저할 때 기업윤리도 살아나는 것이다. 국가적으론 규제를 없애고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부패라운드와 정부.기업관계(柳相榮 삼성硏 수석연구원)〓77년 미국의 해외부패관행법 제정 이후 본격화된 부패방지 논의가 올초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상거래 뇌물방지협약' 발효로 이어지며 국제적 부패라운드가 출범했다.

정부차원에서는 정부조달 투명성, 뇌물의 세금공제 배제, 돈세탁 방지 등이 주요 과제고 기업은 회계기준 강화, 외부감사 및 내부통제 강화 등이 요구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부패라운드를 기존 관행 탈피와 국제경쟁력 제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 전체가 깨끗해져야 한다. 정부.기업의 투명한 관계 정립이 부패방지 핵심과제다. 정부는 뇌물방지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 강력히 집행해야 한다.

기업은 내용이 추상적이고 국제 규범과 거리가 있는 기존의 그룹별 윤리강령 외에 개별 기업별로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위반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윤리규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 윤리지수의 국제간 비교(朴永烈 연세대 교수)〓우리나라의 기업윤리 수준은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물론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와 있다.

특히 홍콩 컨설팅업체인 PERC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부패 수준은 95년에 비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나 개선도 잘 안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의 90%가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있으며 70%는 기업비전에서 윤리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남미에서 관리가 커미션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연간 회사이익률을 25%나 늘릴 수 있는 거래를 중단할 정도로 세계적 기업들은 기업가치와 윤리강령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있다.

정부의 개혁정책에 힘입어 한국의 부패정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이 있긴 하나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으므로 선진국의 윤리 수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윤리 '정책' 보다 '실천' 이다.

◇ 한국기업의 도덕적 해이 최소화 방안(崔仁哲 삼성硏 수석연구원)〓불완전한 법률과 규칙을 통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려다 보면 또다른 해이를 낳게 마련이다. 재량에 의한 정부개입 여지를 축소하고 정부의 감독권한을 민간에 대폭 이양해야 하며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법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의 법집행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 등의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거나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등 감독자를 감독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또 회계관행과 공시규범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시장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

◇ 윤리적 경영과 전략적 제휴의 성과(申東燁 연세대 교수)〓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가 늘고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급증하면서 신뢰에 기반을 둔 윤리적 경영이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외환위기에 빠진 주 원인 중의 하나가 외국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 저하였듯이 서구 기업들은 아직은 우리 기업들을 파트너로 그리 선호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상대방과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듯한 인상으로 비춰지면 협력파트너로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 국내 기업의 해외매각.외자유치.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우리에게 부족한 자원을 외국으로부터 끌어오려면 신뢰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업윤리의 확보가 시급하다. 기업윤리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 기업 성과를 높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민병관.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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