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cm 통굽 신고 벗으며 퍼포먼스 하는 남자 셋, 여자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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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대 위로 난입하는 여자들과 그들을 막는 보디가드, 구릿빛 탄탄한 근육에 카메라 폰을 들이대는 남자 클러버(cluber)들. 지난 16일 금요일 늦은 밤 이태원 클럽 ‘볼륨’이 불끈 달아올랐다. 남녀 혼성그룹 ‘더 플릿(Flit)’이 떴기 때문이다.

공연을 관람하던 이수희(29세, 이태원)씨는 “공연하는 팀원을 만져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한다”며 “양성적인 느낌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다며 환호했다.

남자의 로망 ‘초콜릿 복근’을 무기삼아 오늘도 이태원의 클럽을 흔들고 있는 ‘더 플릿’을 만나봤다.

-‘더 플릿’은 어떻게 결성됐나?
'플릿'은 리더 브라이언과 키라(KIRA), 켄, 제이로 이루어진 퍼포먼스 그룹이다. 클럽에 와 놀면서 항상 2%부족하다 느꼈다. 춤과 공연을 함께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결성하게 됐다.

-노출이 꽤 심한데?
요즘은 섹시함과 ‘짐승 아이돌’이 대세다. 우리도 ‘짐승간지’를 추구해 동물적인 매력과 카리스마를 뽑아내려다 보니 이런 옷이 만들어졌더라. 처음에 겉모습만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지만 조금씩 우리 모습 자체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멤버들도 복근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제이는 복근 운동하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겉모습만 보면 퇴폐적일 것 같다.
보기와 다르다. 클럽에서 공연하지만 정작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화장이랑 의상이 파격적이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연을 위해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 것 뿐이다. 지금 신은 20cm의 신발은 만화 속 미소년처럼 길쭉길쭉해 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제작한 것이다.

-무대는 어떤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있다. 손 하나만 올려도 즉각적인 반응이 오면 환희를 느낀다. 공연 중에 울던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클럽뿐 아니라 방송으로의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퍼포먼스든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활동한 지 2년만인 10월 말에 디지털 싱글앨범이 나온다. ‘It man’이라고 트렌드에 민감한 남자란 뜻을 담은 곡이다. 버블시스터즈가 피쳐링했는데, 이 곡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매니저가 신호를 주자 '더 플릿'은 20cm가 족히 넘는 킬힐을 신고 현란한 조명이 있는 스테이지에 나갔다. 새벽 4시. 이태원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글·사진=김지은 인턴기자, 동영상=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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