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 가로' 출발부터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빌딩숲에 가려진 서울의 명산을 시민들이 제대로 보도록 하겠다" 며 시작된 서울시의 '조망(眺望)가로 조성사업' 이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사업은 건물과 가로등.가로수 등 산을 가리는 시설물을 일제히 정비, 산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도로를 만들겠다는 것.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북악.인왕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세종.사직로와 영동대로(대모산 등).한강로(남산) 등 3곳을 시범가로로 지정, 내년까지 정비를 마치는 등 2002년까지 시내 19개 도로를 조망가로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시는 교통 등 관련부서의 반발 등을 이유로 세종.사직로만 정비하는 것으로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예산도 줄였다.

그러나 이 또한 포장재를 새로 입히는 것 등에 불과해 '조망권 확보' 라는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 첫발부터 삐걱〓서울시는 세종.사직로의 조망가로 조성을 위해 세종로 차로중 1개 차로를 줄이고 차로 양편 정부종합청사.문화관광부 등의 담장을 후퇴시켜 보도를 크게 넓힐 계획이었다. 또 북악산 조망을 위해 사직동 일부 지역을 고도지구로 지정할것도 계획했다.

그러나 차선 축소에 대해서는 교통관리실, 고도지구 지정에 대해서는 도시계획국과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청사의 담장 후퇴 문제 또한 제대로 협의 한번 거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차선 축소 등 특단의 조치 없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의 포장을 새로 깔고 세종로의 역사 등에 대한 입간판을 새로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또 용산구 한강로와 영동대로는 아예 내년도 사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20억원으로 예상했던 내년도 사업예산은 9억3천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 문제점〓세종로의 차선 축소, 정부 공관의 담장 후퇴 등은 애초부터 관련부서 등과의 마찰이 예상됐다. 당초 시범가로 선정 지역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시는 용산구 한강로에 대형 보도육교 등을 설치, 남산 등에 대한 조망권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일대는 도시계획상의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조망가로 조성이 아예 힘든 지역. '영동대로의 경우 고속 통행 차량이 많고 보행량이 적어 조망가로를 조성해도 즐길 보행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조망가로 사업이 졸속을 면치 못하는 것은 면밀한 검토나 준비없이 '전시성' 에만 치중했기 때문.

특히 고건(高建) 서울시장이 취임 초 보행환경 향상에 초점을 둔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에 역점을 기울이자 각 부서가 경쟁을 벌여 무리한 계획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망가로 조성사업의 용역을 담당했던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문화의거리.걷고싶은 거리 등 각 부서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거리 정비사업과 중복돼 조망가로 사업의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안다" 고 털어놨다.

도시연대 최정한 사무총장은 ' "단순한 포장재 교체공사를 한다고 조망가로가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며 ' "예산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 뒤 사업에 착수해야만 한다" 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