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신장병 막내 '꼬마 철인' 만든 문상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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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어린이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했던 선철(左).민석(右) 형제와 아버지 문상필씨. 신동연 기자

"1등을 못한들 무슨 문제입니까. 완주한 것만 해도 너무 대견합니다."

이달 중순 성남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제2회 어린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주최 삼성출판사)에 두 아들을 출전시켰던 문상필(37.서울 상계동)씨는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큰 아들 선철(11.초등 5년)군이 고학년 코스(수영 200m, 자전거 5㎞, 달리기 2㎞)를, 둘째 민석(8.초등 2년)군이 저학년 코스(수영 100m, 자전거 3㎞, 달리기 1㎞)를 각각 완주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200여명의 출전자 중 선철군은 5등을, 민석군은 꼴찌에 가까운 등수를 기록했다. 아버지 문씨가 1995년 철인3종 경기에 입문한 이후 올림픽코스(수영1.5㎞, 자전거 40㎞, 마라톤 10㎞) 를 20여회나 완주했고, 현재 스포츠센터에서 어린이 철인3종 코치로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째 민석군의 만만찮은 투병 경력을 듣고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내가 민석이를 가진 지 7개월이 됐을 때 의사에게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태아에게 콩팥에 물이 차는 수신증이 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군요. 태어난 후 양쪽 옆구리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빼내다 돌 무렵 왼쪽 콩팥을 잘라내고 오른쪽은 막힌 요관을 잘라내 잇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수술 후 부작용으로 복부 팽만이 심해져 민석군은 생사를 오가는 위기를 겪었고, 문씨 부부는 "여기까지가 우리의 역할인 모양"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져 퇴원했지만 민석군은 지금도 통원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커 가며 건강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또래에 비해 발육이 늦고 기운도 달리더라고요. 콩팥에 직접 충격만 주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키기 시작했죠."

2000년 철인3종 경기를 시작한 형을 따라 지난해 말부터 민석군도 매일 두시간씩 수영.달리기.자전거 타기를 했다. 처음엔 조금만 달려도 헉헉거렸으나 계속 운동을 하자 심폐력과 지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동안 어린이 건강달리기 대회에도 몇 차례 나갔다.

아픈 동생 때문에 지금껏 많은 걸 참고 양보해야 했던 선철군은 "이제 민석이가 안 아픈 것 같아 좋다"면서 "아빠처럼 열심히 운동해 철인3종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민석군은 "달리기가 힘들긴 하지만 철인3종은 계속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선수보다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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