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의원 이념 성향] 대미관계 열린우리·한나라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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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은 소속 정당별로 이념 성향의 차이를 보였다. 그것은 개별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정치(대미관계.국가보안법.대북지원.이라크 파병), 경제(재벌개혁.집단소송제.복지정책.노조 경영참여), 사회(환경정책.고교 평준화.호주제.사형제) 등 각 분야에서 정당별로 생각이 다름을 드러낸 것이다.

◆ 정치 분야=한나라당의 보수색은 다소 엷어졌다. 2002년 조사 땐 이 분야의 이념 평균이 5.82였으나 이번엔 5.05였다. 이는 지난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민정계 세력이 약화한 데다 개혁을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2002년엔 이 항목 평균 측정치가 5.45였으나 이번엔 4.28이었다. '보안법 폐지는 안 되지만 개정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한나라당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게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북 지원 문제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식 변화를 볼 수 있다. 평균 측정치는 4.7로 2002년(6.02) 때와 달리 중도 진보 쪽으로 이동했다. '대북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보수 입장을 보인 한나라당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북한의 변화 여부와 상관없이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원도 두명 있었다. 반면 이 문항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진보색깔도 다소 엷어졌다. 평균 측정치는 2.97로 2002년 민주당의 측정치 1.86보다 다소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정치 분야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이념 평균은 3.15였다. 2002년의 민주당 지수 3.26보다 약간 더 진보적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은 대미(對美)관계에서 큰 차이가 났다. 열린우리당 의원의 73%는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에서 탈피해 다변화를 꾀하거나 기존 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에 찬성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의 73%는 '전통적 한.미 관계를 복원하거나 더욱 협력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 경제 분야=2002년보다 한나라당은 보수적 색채가 다소 강해졌다. 열린우리당은 2002년의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4.67의 이념지수를 나타냈다.

2002년의 민주당 지수(5.05)보다 더 왼쪽으로 간 것이다. 한나라당은 6.42에서 6.93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경제 수준과 복지예산 중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복지정책)에 대해선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2002년보다 진보 성향이 더 강해졌다. 자민련까지 포함해 여야 5당의 절반이 넘는 의원이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복지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추가된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6.76).민주당(6.21).자민련(7.53)이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이들 정당 소속 의원 다수가 '노조의 경영참여 절대 반대' 또는 '복리후생 문제를 제외하곤 경영참여 불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면 민노당(0.73)은 강한 진보 성향을 드러냈다. '무조건 경영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열린우리당은 4.84였다. 중도에 가까운 성향을 나타낸 것이다.

◆ 사회 분야=환경과 경제의 상대적 우선순위를 묻는 환경정책에 대한 정당들의 편차는 민노당을 제외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4.08, 한나라당 4.52, 민주당 4.27, 자민련 5.0이었다. 민노당은 2.93으로 가장 진보적이었다. '경제성장보다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당에선 '경제성장 우선'이란 보수 성향의 응답이 2002년보다 많아졌다. 2002년의 경우 이 설문에 대한 각 당 평균은 민주당 3.74, 한나라당 3.92, 자민련 4.27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고교 평준화.호주제.사형제 문제에서는 2002년의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을 나타냈다. 평준화 유지, 호주제 폐지 또는 대폭 수정, 사형제 폐지 쪽에 동의하는 의원이 많아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고교 평준화.사형제 문제에서 보수 성향이 더 강해졌다. 평준화제도를 폐지하거나 자립형 사립학교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고, 사형제에 대해서도 '유지 또는 정치범.사상범에 한해서만 폐지'하자는 쪽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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