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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우리들의…'출판 윤상화씨와 아들 3형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4부자가 함께 쓴 일기가 책으로 나와 화제다.

윤현민(14.영남중 2).현우(12.상원초등 6).현영(12.〃)군 등 3형제와 아버지 윤상화(42.대구시의회 의정담당관실)씨는 최근 '우리들의 키가 이렇게 컸어요' 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장남 현민이와 쌍둥이인 현우.현영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써온 일기가 간추려져 있다.

각종 글짓기대회에서 수상한 3형제의 경력을 반영하듯 가족애와 환경.사회문제에 대한 일기 내용이 어른스럽고 논리적이면서도 어린이 특유의 천진난만함도 엿보인다.

"지난해 꽃이 피었던 우리집 난초가 올해는 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시끄러워 그런가. 수돗물이 오염돼서 그런가. 난초가 불쌍하다. " (현우의 95년 3월 18일 일기)

현영이는 '엘니뇨 현상' 이란 일기(98년 6월 5일)에서 "엘니뇨 때문에 기후이변이 생겼다. 날씨가 맑다가 비가 오고 심각한 날이었다. 환경을 더럽히지만 않았어도…" 라며 제법 어른스럽게 환경문제를 걱정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버지가 함께 매일 일기를 썼다는 점. 지난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尹씨는 매일 3형제의 일기장 끝에 생각을 적는 식으로 '대화' 를 하고 있다.

'큰형' 이란 현영이의 일기 끝에는 "너희들이 우리집 가훈인 '화목.정직.성실' 을 잘 실천하는 것 같구나. 고맙다. 형제간에 더욱 우애있게 지내도록 해라" 고 적었다.

직장일로 부족한 대화를 일기장에 글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현민이는 "아버지가 일기장에 칭찬하는 글을 써놓으셨을 때 가장 기뻤다" 며 "일기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고 말했다.

막내 현영이는 "일기가 쓰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정말 기쁘다" 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尹씨는 "3형제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겐 부자간에 이런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책을 펴낸 동기를 밝혔다.

아동문학가 박운택씨는 "3형제의 일기도 훌륭하지만 조용히 다독거리며 속삭이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정말 귀하고 아름다운 것" 이라고 평가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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