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모임 만들어 분란만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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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의원들이 30일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뒤 박광태 광주시장(左)의 안내를 받으며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0일 전남 구례 농협연수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어제 내가 한 말은 우리 당이 잘 돼야 나라 일이 잘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를 겨냥해 '자진 탈당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강경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해명성 언급이다. 수습의 모양새를 갖췄으나 비주류에 대한 선전포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주변에선 당분간 부드러운 리더십보다는'철의 여인'이미지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아침 식당에서 마주친 김문수 의원에게 "나는 혼자인데 그쪽은 여럿 아니냐"고 했다. 그는 다른 자리에선 "대표인 나도 계보를 만들지 않는데, 공부모임을 만들었으면 정책연구를 해야지, 당의 분란만 조장한다"고 했다.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가 공부모임이라며 만든'국가발전연구회'를 정조준한 것이다.

박 대표의 정면대결 선언은 비주류의 산발적 공세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위까지 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시장의 선대본부장을 했던 이재오 의원의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연찬회에서 줄지어 박 대표를 공격했던 비주류는 박 대표의 기세에 눌린 때문인지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이재오 의원은 "할 말을 다했으니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했고, 김문수 의원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선 일단 연찬회를 통해 박 대표가 당 장악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주류-비주류 간 갈등요인은 잠복해 있을 뿐이다. 언제.어떻게 다시 터질지 모른다.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나 유신독재에 대한 사과 문제를 둘러싸고 양 세력의 인식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행보에 대해서도 충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회창 전 총재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한나라당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도 양 세력에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연찬회에서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명 개정 찬성 의견이 50명으로 반대 38명보다 많았다. 박 대표는 당명 개정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비주류는 반대하고 있다.

이철희.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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