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지않는 신당…여권 조바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권 수뇌부의 신당에 쏟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당 열기가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여권이 고민에 휩싸여 있다.

최근 신당 추진위에서 의뢰한 정치학자 여론조사에서 66.5%가 신당 창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별 국민토론회에서조차 "옷만 갈아입은 DJ당 아니냐" 는 비판이 계속되자 창당 주체측도 다소 맥빠져 하고 있다. 신당 창당 추진위원들의 '뜨지 않는 신당' 에 대한 자체 진단을 살펴본다.

◇ 정체성 논란〓신당 추진위에 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의장 출신들과 군(軍)장성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한 데 대해 '정체성 위기론' 이 제기되고 있다.

유시춘(柳時春.소설가)위원은 "신당이 여권의 원격조종을 받는 선거연합 성격의 '비빔밥' 이란 혹평은 본질을 본 측면도 있다" 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지역정당 탈피' 의지가 강하다 보니 신당의 고유한 색깔을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 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자민련과의 합당론은 정체성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창복(李昌馥) 신당 발기인은 "발기인 발표 직후 합당론이 나오자 '그러면 그렇지' 라는 탄식이 나왔다" 고 전했다.

◇ 밀실 영입 후유증〓재야.여성계 외의 신당인사 대부분이 청와대.국민회의의 물밑교섭을 통해 발탁되면서 부적격 시비를 낳았다.

추진위원으로 영입된 정지태(鄭之兌)전 상업은행장은 경영부실 책임으로 최근 문책경고를 받아 3년간 금융기관 임원 취업이 금지된 인물. 금호그룹의 수석 법률고문 겸 부사장인 김미형(金美亨)변호사의 영입도 금호그룹에 대한 검찰의 주식 부당거래 수사 시점에 이뤄져 구설수에 올랐다.

◇ 겉도는 전문가 그룹〓한 추진위원은 "회의가 한담(閑談)수준으로 겉돌고 있다" 고 푸념했고, 또 다른 위원은 "참신성.전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내부의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 고 지적했다.

특히 재야.청년층 출신들만이 신당 홍보 이벤트 성격의 '희망의 열차투어' 에 참여하게 되자 "신당 내에도 벌써 주류.비주류가 생겼느냐" 는 불만도 나온다.

◇ 지역할동 몰두〓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지역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도 있다. 중부권 출마를 결심한 L씨는 신당 모임에 한차례 참석한 뒤 대부분을 지역구 순회에 할애. 경기도에서 출마할 P씨도 "선거에 도움이 되는 얘기보다 '개혁' '국민정당' 같은 피상적 얘기만 계속돼 발걸음을 지역구로 향하게 한다" 고 말했다.

최훈.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