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7개월 만에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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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식고 있다. 올 상반기 시장을 달궜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형(10층)이 최근 11억7500만원에 팔렸다. 불과 석 달 전 거래가격이 13억원이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단지도 최근 한 달 새 주택형별로 3000만~5000만원 내렸다. 일반 아파트도 비슷하다. 지난해 재건축을 끝내고 새로 입주한 송파구 잠실 엘스(옛 잠실주공 1단지) 109㎡형이 최근 9억원대 후반에 매물로 나왔다. 올 상반기 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이 같은 시장 움직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01% 내렸다. 주간 단위로 올 3월 둘째 주 이후 7개월 만의 하락세다. 지난달 초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 확대로 매주 상승률이 떨어지더니 한 달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의 잔치는 일단 끝났다고 진단한다. 당분간 약세를 띨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규제 완화 재료의 약발이 떨어진 데다 DTI 규제 확대로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 여력이 줄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토지주택연구원 김용순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크기 때문에 앞으로 5~6개월은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만 홀로 올랐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10%가량 집값이 더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시장을 자극할 재료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올 들어 규제를 웬만큼 다 풀었기 때문이다. 근래 집값이 꿈틀대면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가 추진키로 한 규제 완화도 늦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급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은 금리가 낮은 편이어서 대출이자 부담이 크지 않고 관망세를 보이는 수요도 구입을 포기했다기보다 미루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중장기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약세 지속과 반등으로 나뉜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앞으로 2년간 20%가량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에 서울 주택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정부가 집값 하락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돈과 규제를 풀었기 때문인데 계속 이런 정책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집값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40%가량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값도 시간을 두고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위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공급 감소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2~3년 뒤에는 오히려 서울 아파트값이 지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서울 새 아파트 입주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이후 3년간 아파트 입주물량이 연간 3만~7만 가구가량 모자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주택수요자들은 느긋하게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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