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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등과학원 마이클 월저교수 내한 강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 개인이 부.명예.권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인가."

개인의 능력과 선택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와 개인보다는 공동선(善)에 도덕적 우위를 두는 공동체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운영원리 찾기' 로 요약되는 이들간의 논쟁은 개인간의 무한경쟁이 힘을 발휘하는 세기말 상황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 논쟁의 맥락에서 공동체주의자로 알려진 미국 프린스턴 소재 고등과학원 마이클 왈처(Michael Walzer)석좌교수가 23일 내한해 네차례의 강연을 갖는다.

한국철학회가 주최하는 다산기념강좌로 '자유주의를 넘어서 : 자유주의의 한계와 그 보완의 과제' 가 주제.

프린스턴.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왈처 교수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83년 '정의의 영역'(Spheres of Justice) 을 출간하면서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자로 널리 알려졌다.

왈처 교수가 파악한 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만이 아니라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돼 권력.명예 등도 지배하게 된다" 는 것.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다는 이른바 '승자전취 시장' 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왈처 교수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다원적 평등론' 이다.

이는 부.명예.의료혜택 등의 사회적 가치를 개인의 능력과 선택이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분배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정의와 달리 그 분배 원칙도 다르게 마련돼야 한다는 뜻.

왈처 교수는 "다원적 평등사회는 각 분배 영역 안에 어느 정도의 독점이 있어 '조그마한 불평등' 이 용인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영역간의 전환과정을 통해 '지배' 로 확장되지 않는 사회" 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직책이나 부와는 상관없이 명예를 얻거나 잃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다.

왈처 교수의 다원적 평등론은 자연스럽게 차이가 차별의 근거로 간주되지 않는 다문화주의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필요한 태도가 나와 다른 사람의 제반 권리를 옹호하는 적극적 행위로서의 관용이다.

연세대 박정순(철학)교수는 "고위 공직자의 직권 남용, 선단식 지배구조를 가진 재벌의 정경유착, 공과 사를 구분않는 사회지도층의 영향력 행사 등 자본주의의 악성 문제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왈처의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 설명한다.

왈처 교수는 25일 오후4시 서울대 문화관, 27일 오후4시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세미나실, 29일 오후4시 이화여대 인문관, 30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강연회를 가진뒤 31일 출국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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