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천 시민공원 성급한 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일요일인 지난 17일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을 찾은 成모(29.부산 연제구 거제1동)씨는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成씨는 "온천천변이 대규모 공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갖고 왔는데 공원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고 말했다.

연제구청이 36억원을 들여 지난달 11일 문을 연 온천천 시민공원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개장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편의 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그나마 만들어 놓은 시설도 흉내만 내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곳곳에 공사를 하다 남은 흙.돌 더미가 그대로 방치돼 안전 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가족 단위의 휴식공간은 거의 없다. 플라스틱 의자만 몇 개 설치해 놓았고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식이라도 먹을 만한 공간은 없다.

2곳뿐인 화장실도 간이화장실이어서 날이 어두워지면 이용이 꺼려지는데다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메밀꽃 단지는 조성해 놓지도 않고 안내간판만 설치해 놓았다.

체육시설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한 곳 뿐인 농구장은 맨땅인데다 땅도 고르지 못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족구장은 만들어 놓지를 않아 족구를 하기위해 찾아온 시민들의 불만만 사고 있다. 체력단련장도 2만3천여 평 공원에 단 한 곳뿐이다. 그나마 철봉 등 단순한 운동기구만 3~4가지 갖다 놓아 생색만 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운동을 하기위해 찾은 시민들은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피해가며 조깅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듯한 비누냄새 때문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시민 金인영(45)씨는 "구청이 당초 동래지역 '센트럴 파크' 로 꾸미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을 믿고 왔는데 이 지경이니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고 불평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롤러스케이트장과 보행자 도로를 계획하고 있어 내년 봄이면 공원이 어느 정도 제 모습을 갖출 것" 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