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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팔방미인' 여성로커 앨라니스 모리셋 두번째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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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젊은이들의 가슴을 흔드는 흡인력 만점의 가사, 폭발적인 가창력, 뛰어난 편곡, 핵심을 찌르는 자기 연출, 26일 오후7시 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02-2237-6011)에서 내한공연하는 캐나다 출신 얼터너티브 록 여가수 앨라니스 모리셋의 스타일이다.

95년 솔로로 데뷔한 그녀는 1집이 2천만장 이상 팔리는 빅히트를 치며 90년대 '디바' 로 떠올랐다.

재니스 조플린 처럼 마녀와 같은 카리스마는 아직 없지만 98년 2집에서 보여준 음악적 성장은 정말 그녀가 '21세기의 조플린' 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한다.

앨라니스는 영어가 짧은 한국인들에게도 쉽게 들어오는 가사와 그것을 받치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사운드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96년 첫번째 내한공연 당시 아직 크게 알려진 스타가 아니었음에도 세종문화회관이 꽉 찬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번 공연에서 많은 국내 팬들은 선율이 낯익고 대중적인 1집 (Jagged Little Pill)의 수록곡들에 관심을 모을 듯하다. 이들 곡은 멋진 사운드 이상으로 일품의 가사를 자랑하고 있다.

'난 파산했지만 행복해/ 난 깡말랐지만 건강하고/ (중략)아직 한손은 주머니안에/ 나머지 한손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으니까' (핸드 인 마이 포캣).' 같은 가사는 지긋지긋했던 카톨릭 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지은 것으로 특히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우리 10대들에게도 잘 어필한다.

본인이 직접 작사한 그녀 노래는 이렇게 어느 나라 소녀들이 들어도 공감할 내용을 따스하게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영적이고 초월적인 것에 대한 희구도 그녀 음악의 중요 테마다.

"난 내 영혼의 동반자를 찾고야 말테다. / 누군가 이 암흑을 끝내 줄 이를 / 그리고 난 내 동류를 만나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원하는 모든 것-All I Really Want) 반면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잘못된 세상에는 강한 음성으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넌 알아야만 해/네가 내게 지어온 십자가를/넌 알아야만 해" 라고 외치는 '넌 알아야만 해' 는 제맘대로 애인을 갈아치우는 방종한 남성들에 대한 후련한 카운터펀치다.

이같은 모순된 현실에 대한 공격의식과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러브송을 조화시키는데 그녀 음악의 매력이 있다.

'발위에 머리(Head Over Feet)' 같은 아름다운 발라드와 돌연 솟구치는 폭발적 창법이 인상적인 '우스운(Ironic)' 등이 그런 곡들이다.

반면 지난해 나온 2집 '한때 놀아본 아이'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은 1집에 비해 한결 가라앉아있고 때로 난해한 느낌마저 준다.

녹음기간중 인도를 다녀온 그녀가 전작의 '폭발' 대신 진지한 자기성찰을 택했기 때문. 그녀는 이 음반에서 깊숙히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듣는이 마음을 짚어내는 센스는 여전하다.

특히 목메이는 목소리로 "우리 모두 같은 처지야" 를 외치는 '용서(Forgiven)' 는 듣는 이의 얼굴에서 눈물을 훔쳐내는 매력이 있다.

2집은 한 여가수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작자가 써주는 뻔한 러브송만 불러야하는 한국 여가수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음반이다.

이같은 그녀 음악의 모든 것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해볼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올해 팝 콘서트중 품질면에서 일급에 들 무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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