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쌍둥이 선수 친부모 찾았다…체전 참가했다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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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재미교포 선수로 인천 전국체전에 참가, 애타게 친부모를 찾던 沈정미.정희(16) 쌍둥이 자매가 15일 오후 16년만에 부모와 상봉했다.

재미 대한체육회(회장 金용길)와 홀트아동복지회가 14일 오후 입양 당시의 관련 서류를 통해 부산에 사는 沈한섭(47.부산시 북구 학정동).金선자(41)부부를 찾아냈다.

이날 비행기편으로 상경한 沈씨 부부는 곧바로 쌍둥이가 묵고 있는 서울 다이내스티 호텔로 찾아가 이들을 만났으며 호텔방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沈씨 부부는 자매를 보자마자 이들을 얼싸안고 쓰러져 오열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쌍둥이 자매도 눈시울을 붉혔으며 이 순간을 위해 배워두었던 한국말 '엄마, 아빠' 를 되뇌었다.

沈씨는 "가난이 죄야, 미안하다 얘들아" 라며 고개를 떨구었고 어머니 金씨는 아이들을 부여잡은 채 울기만 했다.

이들 자매는 82년 12월 7일 경북 경산군 진량면에서 태어났다. 당시 식당을 운영하던 沈씨 부부는 주고객이던 인근 방직공장이 폐업하자 식당문을 닫아야 했다.

빈털터리가 된 沈씨 부부는 쌍둥이를 키울 여력이 없어 주인집 아주머니의 충고로 이듬해 4월 대구 홀트양자회에 입양을 신청했다.

이들 부부는 친정의 도움으로 부산에 정착,沈씨는 건설현장 인부로 金씨는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쌍둥이를 꼭 닮은 언니(19)는 생계를 돕기 위해 밀양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남동생(14)은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그러나 이들 남매는 그동안 쌍둥이 동생과 누나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학창시절 달리기 선수였던 아버지 沈씨는 쌍둥이들이 육상선수로 참가했다는 얘기를 듣고 "역시 피는 못속인다" 며 흐느꼈다.

沈씨 부부는 "건강하게 자라줘 고맙다" 며 "미국의 양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 고 당부했다.

쌍둥이들도 "입양 당시의 부모님 심정을 이해한다. 내년 체전에도 반드시 참가하겠다" 고 말했다.

沈씨 부부는 이날 오후 부산으로 발길을 돌렸으며, 쌍둥이들은 친부모의 주소가 담긴 쪽지를 손에 꼭 쥔 채 "사랑해요" 를 외쳤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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