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불법주차 기다렸다는 듯 '번개 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신당동에서 자그마한 생활용품점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다. 도매상에서 떼온 물건을 내려놓기 위해 가게 앞 차도에 잠깐 차를 대놓았다.

순간 어디선가 티코 승용차 한대가 다가오더니 두명이 차에서 내렸다. 한명은 사진을 찍고 다른 한명은 무언가를 종이에 적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채 30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단속하는 사람들을 본 우리 부부가 뛰어가서 "지금 차를 뺄 거예요" 라고 소리치는 데도 그 사람들은 막무가내였다.

우리에게 눈길 한번 안주고, 대꾸도 없이 사라졌다. TV에서 주차단속 문제로 싸우는 것을 여러번 본적이 있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참 황당하고 분했다.

하루종일 둘이 나가서 밤 12시까지 가게를 지키고 장사를 해봐야 집세 빼고 나면 돈 몇만원을 손에 쥘 뿐이다. 그런데 무단주차로 5만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장사할 기분이 싹 가셨다.

예전에도 주차단속반이 급작스레 스티커를 붙인 적이 있다. 남편이 잠깐 차를 세우고 약국을 다녀오는 사이 차 뒤편에 스티커를 살짝 붙이고 사라진 것이다.

조수석에 내가 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구청에 가서 항의해 봤지만 "차에 타고 있으면서 딱지 붙은 것도 모르고 뭐했냐" 는 구청직원의 핀잔만 들었다.

법을 어기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사정상 잠시 차를 세워놓는 것이라면 먼저 이유를 물어보고 단속을 하는 게 제대로 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숙 <서울 중구 신당1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