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가을의 전설 쓴다 … ‘V10’ 12년을 기다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지난달 24일 히어로즈를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KIA 선수들이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군산=김민규 기자]

KIA가 V10에 도전한다. 2009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오른 KIA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우승의 새 역사 창조를 준비하고 있다. KIA가 정규시즌 1위에 오른 건 2001년 창단 후 처음이자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하면 1997년 이후 12년 만이다.

해태 시절 아홉 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KIA는 2005년과 2007년엔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고통을 맛봤다. 올해도 KIA를 4강 후보로 꼽는 야구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KIA는 혁신에 성공했다.

올 시즌 KIA의 전진은 꽤 진득하고 힘찼다. 동력은 두 외국인선수 릭 구톰슨(13승 4패)과 아퀼리노 로페즈(14승 5패), 쌍포 최희섭(타율 3할8리 33홈런·100타점)과 김상현(타율 3할1푼5리 36홈런·127타점)이었다. 투타의 축 4개가 튼튼하게 서자 나머지 부품들은 알아서 작동했다. 좌완 선발 양현종, 새 마무리 유동훈, 19세 신인 안치홍의 성장세가 무서웠다.

수년간 KIA를 지배하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 시즌 전까지 고참 이종범과 이대진은 은퇴 위기에 몰렸고, 돌아온 메이저리거 서재응과 최희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해결책을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았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워크가 탈출동력이었다. 타율을 까먹더라도 진루타를 치는 이종범을 중용했고,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인 이대진의 등판을 밀어주면서 통산 100승을 달성하도록 도왔다. 선배들을 보고 후배들이 더 열심히 뛰었다.

시즌 막판 KIA는 SK에 1위 자리를 위협받았다. 이때 조 감독이 내놓은 처방은 진정제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잘 해왔나. 우리는 절대 1위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서로를 믿고 자신 있게 싸우자.” 결국 KIA는 막판 연승으로 SK의 독한 추격을 따돌렸다. 이런 힘이 한국시리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V10을 향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진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