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건보료 단일화는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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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군."

지난 27일 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행사 직후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각계 전문가 49명이 참여한 건강보험발전위원회가 만든 정책 제안을 내놓는 자리.

이 위원회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2003년 7월) 직전에 출범했다. '직장과 지역 건보의 보험료 부과 체계가 다른데 어떻게 돈 주머니를 합칠 수 있느냐'는 직장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게 주목적이었다. 현재 직장인은 월급의 4.21%를 보험료로 내는 데 반해 지역 가입자는 소득.부동산.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납부한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올해(2003년)말까지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마련하겠다"며 통합 반대 여론을 피해갔다.

하지만 이날 나온 방안은 "소득 파악 인프라 등의 문제를 고려해 자영자 소득 파악률 등을 충분히 높인 뒤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시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단일 부과 체계 마련에 실패한 셈"이라고 말한다. 시한을 8개월가량 넘기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 이전 건보 통합 시기를 2000년 7월과 2002년 1월 두번이나 미룬 이유도 역시 보험료 부과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었는데 통합 후에도 숙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역시나'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번에 부과 체계 용역을 지휘한 사령탑은 차흥봉 전 복지부 장관. 1998년 말 장관 시절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 마련을 공언했던 그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셈이다.

현재 자영자 중 소득자료가 있는 사람은 34%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한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애당초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말이다. 건보 통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어차피 안 될 일을 놓고 국민을 속인 점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그러고나서 소득 파악률이나 형평성 제고에 힘쓰는 게 순서일 것이다.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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