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안보 대통령' 부각 위해 뉴욕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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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다시 지명할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30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뉴욕에서 열린다. 한달 전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존 케리 후보가 지지율을 상당히 끌어올렸듯 이번 전당대회는 부시의 재선을 가늠할 중요한 정치 행사가 될 전망이다. 경기장 겸 공연장인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릴 이번 대회의 중요 특징을 짚어본다.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 오하이오주 트로이시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한 어린아이를 들어올리고 있다. [트로이 AP=연합]

▶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28일 워싱턴에서 군중의 환호 속에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 적의 장수를 앞세운 전략=뜻밖에도 기조연설(9월 1일)의 주인공이 민주당 인사다.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젤 밀러(72)는 공교롭게도 2000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연설을 맡았다. 같은 당의 이름을 달고 4년 만에 적진에 들어가'변절자'역을 맡은 것이다.

공화당이 밀러를 선택한 것은 민주당의 중량급 인사조차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편의 변절자를 자신들의 큰 잔치에 중심인물로 만드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전대 장소 선택은 몇 점짜리='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3주년을 앞두고 있는 뉴욕시를 일부러 선택했다. '안보 대통령'부시를 새삼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뉴욕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미 반전(反戰).반(反)부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TV들이 이런 장면을 계속 쏟아낼 경우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될 수도 있다.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은 부시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선대본부도 이런 비난에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다. 부시 대통령이 대회 마지막 날(9월 2일)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뉴욕에 오지만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지 않으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뉴욕 타임스와 CBS방송이 20일부터 6일 동안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공화당 전당대회의 뉴욕 개최를 반대했으며, 찬성은 41%에 그쳤다.

◆ 누가 전당대회 분위기 띄우나=전당대회 첫날 연단에 오를 인물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마이클 블룸버그 현 시장, 그리고 월남전 참전용사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9.11 테러 이후 구조작업을 지휘한 두 시장이 이날의 주제 '국민의 용기'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날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서 등단한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 5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승리함으로써 이번 부시 재선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로라 부시 여사가 지난 3년 반의 백악관 생활을 짚으며, 어떻게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느냐도 관심거리다.

◆ 시위와 크고 작은 테러 가능성=28일(현지시간) 미국 TV방송들은 뉴욕 경찰이 지하철역 등을 폭파하려 했다는 테러용의자 두명을 체포했다는 뉴스를 계속 내보냈다. 대회기간 중에 실제로 작은 테러라도 터지면 선거 막바지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대해서는 법원이 뉴욕시와 공화당 편을 들었다. 센트럴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반전 시위를 불허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25만명이 집결하는 시위를 계획했던 반전단체 '정의.평화 연합'은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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