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번째 세계시민…' 지구촌 동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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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99년 10월 12일 오늘은 UNFPA(유엔세계인구기구)공식집계로 세계 60억번째 아이가 태어나는 날이다. 때마침 새 밀레니엄 맞이 축제가 준비되고 있는 중이라 이 신생아에게 성대한 파티라도 열어야 할 분위기다.

하지만 그 아이는 과연 어디서 태어날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UN사무총장 코피 아난 등 세계의 유명 지성인.문필가 15인이 쓴 '60억번째 세계시민에게 보내는 편지' (이창식 옮김.들녘 펴냄)가 이날 전세계에서 동시출간되는 것은 이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것. 같은 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책의 헌정식이 거행될 예정이지만 정작 이 책을 받아야 할 사람은 새 천년을 살아야 할 모든 지구인이어야 될 것같다.

코피 아난은 그 미지의 아이에게 이런 사연을 전한다. "내가 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줄 힘은 없단다. 하지만 난 네가 아주 특별한 존재임을 알고 있단다. (…)세번째 밀레니엄을 앞두고 태어난 너는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천사란다. "

하지만 칠레 출신의 미국 작가 에어리얼 도프먼은 태어나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향해 설득작업을 계속한다.

"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구나. 사람들이 너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데도 말이야. 우리는 너가 전형적인 미래시민으로 자라길 기대하고 있단다. "

'악마의 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살만 루시디는 그 아이에게 "지금까지의 창조 원동력은 탐욕이었지만 너로부터 그 추진력은 사랑임을 확인해야 한다" 고 적고 있다.

이 책은 '60억번째 아이 탄생' 을 인류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취지가 강하다. 필자들이 한결 같이 전쟁.기아.인종갈등.불평등.환경파괴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이 새로 태어날 아이를 통해 희망을 찾는 것은 아마도 이 땅이 '지속가능한 사회' 여야 하는 당위성 때문일 것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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