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지키자] 3. 치료보다 예방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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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내가 장래에 간암에 걸릴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간암의 경우는 가능하다. 간염 바이러스와 알코올 등 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가 2000년에 조사한 간암발생의 원인별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간암환자의 68.2%가 B형 간염, 13.6%는 C형 간염, 그리고 알코올이 원인이 된 경우는 7%였다. 여전히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 발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간염은 간세포가 손상을 받아 염증을 일으킨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급성간염으로 합병증 없이 수개월내에 회복되지만 일부에서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5%는 간세포가 굳는 간경화증이 된다.

간염 바이러스는 A.B.C.D.E형 등 다양하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간염은 B와 C형이다. 만성간염과 간경화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급성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극도의 피로감. 몸이 나른해지며 입맛이 없고, 때론 구역.구토를 하기도 한다. 몸살기와 더불어 관절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오줌 색깔이 검붉어지면서 각막과 피부에 황달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만성화하면 오히려 증상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자각증상 없이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다. 특이한 것은 변은 잘 보는데 방귀가 잦고, 배가 늘 부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것. 어떤 환자는 좋아하던 지방질 음식이 싫어지고 술을 마시면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현대의학으로도 간염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는 어렵다. 바이러스 증식 억제제인 라미부딘.아데포비어 등 새로운 약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평생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간염 퇴치의 첫번째 원칙은 정기적인 검사. 초기에는 1년 단위로 검사를 받지만 만성화된 환자는 3개월 단위로 혈액검사(GOT.GPT 등 간효소 및 바이러스 활동성 검사)를, 6개월 단위로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이로운 것 100가지를 취하는 것보다 해로운 것 한 가지를 피하는 것. 금주를 철칙으로 삼으면서 안정과 식사요법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는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가 간염을 동반하면 1.9배 정도 사망률이 높아진다"며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부지런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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