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단말기 하나로 집에선 인터넷전화, 밖에선 휴대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이석채 KT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아트홀에서 열린 유·무선 통합 서비스 ‘쿡앤쇼’ 출시 간담회에서 전용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쿡앤쇼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전화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연합뉴스]

집이나 사무실에 일반전화가 있는데도 바로 옆에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요금이 비싼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잦다. 이제 일반 가정에서도 휴대전화기 한 대로 실내에선 유선전화가, 밖에선 휴대전화가 되는 ‘유·무선 통합서비스(FMC)’를 받을 수 있게 됐다.

KT는 14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정용 FMC 브랜드인 ‘쿡앤쇼’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전용단말기 3종을 선보였다. 한 달에 3만5000~9만원의 정액요금으로 일정 수준의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무선인터넷을 두루 쓸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놓았다. 이석채 KT 회장은 “통신업체가 망을 깔아놓고 음성통화 요금을 챙겨 이익을 내는 시절은 갔다. 단기적으로 수익이 줄지 모르지만 데이터통신 기반의 컨버전스(융합) 서비스를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의 서비스·가격 경쟁은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됐다.

◆어떤 서비스인가=새로운 서비스의 핵심은 휴대전화 망과 인터넷 망을 함께 쓸 수 있는 단말기다. 삼성의 스마트폰 옴니아팝(M7200)·쇼옴니아(M8400)와 에버의 일반폰 F110이 그것으로,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전화기를 들고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공간, 즉 ‘AP’에 있으면 인터넷전화로 작동한다. 가령 발신번호가 070-1234-5678로 잡히는 것이다. AP를 벗어나면 일반 휴대전화로 바뀌어 3세대(3G) 이동통신망인 WCDMA로 접속된다. 발신번호는 일반 휴대전화의 010-1234-5678이 돼 이동통신 요금이 적용된다.

이경수 전무는 “월 평균 170분의 음성통화를 하는 고객이 FMC 서비스에 가입해 절반을 인터넷전화로 쓸 경우 요금이 1만원에서 65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KT는 쿡앤쇼 가입자에게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네스팟 망을 개방할 예정이다.

해외의 경우 기업용 FMC는 꽤 활성화돼 있지만 가정용 FMC는 프랑스텔레콤(FT) 등 일부만 제공한다. KT의 쇼옴니아는 이동통신망과 무선인터넷은 물론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까지 지원한다. KT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무선인터넷만 되면 비싼 로밍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국내 요금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와이브로를 활용하면 인터넷전화를 이동전화로 쓸 수도 있다.


◆통신대전 급물살=국내 이통 업계에서 무선인터넷은 ‘뜨거운 감자’였다. 기존 이통망을 쓰면 계속 데이터 통화료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돈이 안 되는 무선인터넷 망을 열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KT가 무선으로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종전처럼 10초에 18원인 음성통화 요금이나 킬로바이트(kB)당 2~5원씩 요금으로 수익을 내는 대신 인터넷을 기반으로 통신료를 확 낮추고 금융·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를 새로운 이익 기반으로 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홈FMC는 유선전화 회사인 KT가 이통 자회사 KTF와 합병하지 않았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만큼 사내에서도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 비즈니스의 주역인 데이터통신 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파는 ‘앱스토어’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장기적 ‘윈윈 효과’를 기대했다. 이 회장은 “FMC뿐 아니라 금융 등 KT의 핵심 역량과 긴밀히 연관된 분야에는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매물로 나온 BC카드의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홈FMC가 활성화되면 기반이 되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IPTV 등 부대서비스까지 KT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KT에 크게 밀리는 SK텔레콤의 대응이 주목된다. LG텔레콤과 LG데이콤·LG파워콤 3사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공식 선언하고 컨버전스 서비스 각축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