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땅, 풍년 아리랑…제1회 김제 지평선축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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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곡식이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로 춤추는 광활한 김제평야. 자지러지는 육자배기와 판소리가락이 이랑마다 배어있다.

'훠어이, 훠어이' 알곡을 훑고 있는 참새떼를 쫓기 위해 부르는 시골 아낙네의 목소리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면 지평선은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평야를 포근히 감싼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地平線)은 소리없이 공해와 소음에 찌든 도시인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이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바라 볼 수 있는 전북 김제. 하늘을 방해할 만한 높은 산이 없다. 행여 신이 평야로만 놔두면 심심할까 야트막한 야산을 군데군데 놓아두는 심술을 부렸지만 드넓은 대지를 가리기에는 그야말로 미미하다.

김제는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 의 배경무대로 7천4백여만평의 논에서 연간 12만7천여톤의 쌀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의 곡창지역이다. 물론 미질도 전국 최상을 자랑하고 있다.

들녁에서 만난 한 농부는 "벌써 몇년 째 풍년인지 모르겄구만. 땅이 좋다봉께 흉년이 없어. 이번에 비트 인지 바트인지 하는 태풍이 와도 큰 산이 없응께 싹 비껴 가불두만. 날이 가물어도 수리시설이 잘 돼 있어 끄떡없이 농사 진당께. 오히려 가물어야 대풍이여. 또 충분한 일조량 땜시 벼들이 잘 익어 쌀 맛도 전국에서 질이여라." 고 구수한 입담을 늘어 놓았다.

이러한 한민족 농경사의 중심인 김제 들판을 배경으로 농민과 도시인이 하나가 되는 축제 한마당이 8일부터 10일까지 벌어진다.

김제시는 '황금벌판에서 맛보는 풍성한 가을' 이란 주제로 농경문화에 깃든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를 문화예술로 승화시켜 '제1회 김제 지평선 축제' 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의 숨은 목적은 김제 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찾는데 있다. 곽인희 김제시장은 "추곡수매시 자본력이 뛰어난 업자들에 의해 김제 쌀이 다른 지역쌀로 둔갑되는 것이 현실" 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김제 쌀을 공동브랜드화해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겠다" 고 말했다. 그래서 이름도 '김제특미 지평선' 으로 정했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황금벌판 우마차여행.농악경연대회.허수아비 만들기대회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특히 지평선과 수평선을 동시에 바라 볼 수 있는 진봉면의 망해사 전망대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전망대에 오르면 확 트인 평야와 지평선이 시야에 들어와 청량함과 함께 넉넉한 들판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눈을 뒤로 돌려 심포항을 끼고 멀리 수평선을 감상한 뒤 바다에 떠 있는 한적한 배들을 보노라면 마음은 어느새 아늑한 평화로 가득찬다.

망해사 앞바다에서 6백년만에 재현되는 불가행사인 '매향제' 도 볼 만하다. 매향제는 1백년 이상된 향나무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묻고 1백년후에 다시 꺼내어 향 재료 및 불상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행사다. 행사일인 10일 신도 1천여명이 행사에 쓸 향나무를 머리에 이고 진봉면 심창초등학교~망해사에 이르는 1㎞ 구간을 행진하는 멋진 광경도 연출된다.

이밖에 심포항에선 벌어지는 조개(생합)캐기대회, 만경대교에서 열리는 망둥어 낚시대회도 찾을 만하다. 가장 큰 조개와 망둥어를 잡는 관광객들에겐 푸짐한 상품을 준다.

동양 최대최고의 수리시설인 벽골제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농경사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수리민속유물전시관 관람도 필수 코스다.

1인당 2천원만 내면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황금 벌판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금산사~벽골제~심포항을 잇는 역사탐방코스을 만들어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문의〓축제위원회(0658-540-3108)

김제〓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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