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아스피린 새 효능들] 심장병.뇌졸중 예방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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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뇌졸중과 심장병은 한국인의 최대사망원인. 우리 나라 사람 3명 가운데 1명은 이들 질환으로 생명을 잃는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뜻밖에도 아스피린의 복용을 권한다. 아스피린이 혈액을 굳지 않게 하는 항(抗)응고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에게 내린 처방도 하루 한 알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 아스피린의 항응고작용이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가장 큰 오해는 이미 이들 질환에 걸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것. 하지만 아스피린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예방목적으로 복용해도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하버드의대 예방의학교실 찰스 헨켄스교수팀은 미국의사 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5년간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평소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성이 44%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아스피린의 심장병 예방효과는 이미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설로 인정되고 있을 정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朴正儀)교수는 "40세 이상의 남성, 50세 이상의 여성 중 집안에 심장병 환자가 있거나 현재 흡연.고혈압.고지혈증.당뇨와 같은 위험요인이 한 개 이상 있으면 의사와 상의하에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 권유했다.

뇌졸중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심장병에 비해 예방효과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 따라서 흡연.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위험인자가 있다고 바로 아스피린 복용을 권유하진 않는다.

그러나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김종성(金宗星)교수는 "뇌졸중을 예고하는 일과성(一過性) 뇌허혈증(腦虛血症)을 경험했거나 뇌혈관초음파 등 각종 검사에서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혀져 있는 것이 발견되면 뇌졸중 예방차원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 강조했다.

일과성 뇌허혈증이란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좁아졌다 회복되는 현상으로 일과성 뇌허혈증이 잦아지면 가까운 시일 내에 뇌졸중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순간적으로 힘이 쭉 빠지거나 잠깐 한쪽 눈이 잘 안보이고 말이 잘 안 나오며 신체 한쪽의 감각이 둔해지면 일과성 뇌허혈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나 혈관이 막히지 않고 터져 일어나는 출혈성 뇌졸중엔 오히려 아스피린은 금물. 또 심장에서 떨어져 나온 혈관부스러기가 뇌혈관을 막아 생긴 뇌졸중엔 효과가 약하다.

이들은 전체 뇌졸중의 30% 정도. 따라서 의사와 상의하여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목적의 아스피린은 대부분 평생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아스피린이 일으키는 위장장애.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경우엔 위장장애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朴교수는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목적의 아스피린 복용량은 1백㎎(보통 아스피린 복용량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그것도 하루 1회면 충분하다" 고 강조했다.

진통이나 해열을 위해 복용하는 아스피린의 양보다 적어 위장장애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 전문가들은 "정확한 국내 통계는 없으나 아스피린 복용으로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인구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며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 의사와 상의해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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