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어플릭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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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미국 사회에 관한 우리 지식의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 영화에 빚지고 있다. 이들 영화를 통해 풍요롭고 가능성 넘치며 항상 정의가 넘치는 미국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 등 시나리오를 쓴 폴 슈레이더 감독의 97년작 '어플릭션' (SKC.18세 이용가)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이미지의 껍질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달콤한 내세' 등의 원작자인 미국의 소설가 러셀 뱅크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미국의 이미지는 '혼돈' 이다.

주인공 웨이드 화이트하우스는 갑갑하기 그지 없는 시골마을의 교통경찰. 어느날 사냥을 위해 이 마을을 찾은 대부호 에반 톰블리가 총기사고로 사망한다.

수사에 착수한 화이트하우스는 톰블리의 사망이 사고사가 아니라 유산을 노리는 사위와 이 지역에 스키장을 건설하려는 주민이 공모한 살인사건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야기의 또다른 축은 앙상해져버린 그의 가족이다.

이혼한 아내가 데리고 사는 딸 질의 친권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그의 여자친구 마지와 결혼하려 한다.

그는 여자친구와 부모가 사는 집을 찾아가지만 보일러를 고치지 않아 사망한 어머니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한다. 설상가상으로 화이트하우스는 살인범들에게 위협을 받고, 마지는 떠나려 하며, 실수로 딸을 때리게 된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한 그는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닉 놀티.시시 스페이식.윌리엄 대포 등의 중후한 연기가 돋보인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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