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줌마 블로거 ‘입소문 마케팅’ 장난 아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사진

photo

파워 블로거 현진희씨가 진행한 공동구매를 통해 휴롬 주스기는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 지난 2월 주스기 휴롬을 생산하는 동아산업의 마케팅팀은 한 주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30년 주스기 외길 걸어온 동아산업 #“휴롬 주스기 인기 폭발 … 인터넷 마케팅 중소기업에 더욱 효과적”

요리·인테리어·생활 부문에서 ‘베비로즈’라는 이름으로 5년 연속 네이버 파워 블로거로 선정된 현진희(45)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블로그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4만 명, 누적 방문자 수는 3000만 명에 이른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현씨의 블로그에서 지난 2월에 진행한 1차 공동구매에서 시작 10분 만에 준비한 물량인 1500대가 모두 팔려 4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10%의 할인된 가격이지만 일반 주스기의 4배가량인 30만원이 넘는 제품이 인터넷을 통해 금세 팔린 것이다. 이어 9월까지 5차에 걸쳐 매번 1500대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앞으로도 이 블로그를 통한 공동구매는 계속될 예정이다.

처음 공동구매에 협조할 때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7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올해 3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휴롬 주스기 매출은 작년에 2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00억원이 예상된다.

블로거를 모셔라

올 들어 3분기까지 휴롬 주스기의 매출은 117억원으로 동아산업 매출 218억원의 81%를 차지했다. 현재 생산에 매진하고 있으나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자 김해시 주촌면의 공장을 사들여 오는 10월부터 생산라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아산업 김영기 대표는 “중소기업이라 홍보 마케팅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는데, 주부들의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게 돼 제품이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입소문의 진원지 현씨의 블로그는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충성방문객을 자랑한다. “제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주부들은 저의 후기를 믿고 구매합니다. 저는 제가 써 본 제품이 아니면 공동구매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제품이 있을 경우 직접 회사에 공동구매를 의뢰합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다섯 차례나 공동구매를 진행한 동아산업 주스기 ‘휴롬’의 경우에도 3개월간 써 봤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렸던 것이고, 또 충분히 테스트해 본 후 너무 만족스러워 공동구매를 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현씨는 자신이 직접 써 본 제품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적어 올린다. 그 나름의 전문성이란 바로 정직함과 성실성이다. “가족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 하루는 큰 배낭을 메고 청계천7가에 있는 헌책방에 찾아가 갖가지 요리책을 사와서 전부 다 만들어 봤다”는 그는 현재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며 TV출연 경험도 다수 있다.

유명 블로거 공동구매 등 온라인서만 판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제품의 노출이나 광고를 제안하는 문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씨는 “돈이 된다고 해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홍보성 정보를 올린다면 이 블로그의 힘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휴롬의 성공이 모두 우연은 아니다.

동아산업 마케팅 관계자는 “제품에 자신이 있다면 돈 들이지 말고 이러한 블로그를 최대한 이용해 홍보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지난해 9월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인기 블로거에게 제품 소개를 부탁할 겸 한 번 써보라고 제품을 보냈다”고 말했다. 마침 현씨가 동아산업의 이전 제품인 ‘오스카 만능녹즙기’를 결혼할 때 사서 지금까지 써 와 제품의 장점에 대해 자세히 올릴 수 있었다.

소비자행동 전문가인 서강대 경영학부 하영원 교수는 소비자들이 유명 블로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에 대해 “일반적인 쇼핑몰과 달리 유명 블로거를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같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직접적인 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평소 자주 정보를 얻는 유명 블로거를 통해 제품을 노출하게 되면 상업적인 느낌을 주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입소문이 중요해진 데에는 기존의 마케팅 경로가 중소기업에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홈쇼핑 채널 등도 중소기업이 물어야 할 수수료 부분이 적지 않다. 동아산업은 그래서 휴롬을 위한 별도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대신 자사 홈페이지나 유명 블로거의 공동구매 등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네티즌의 입소문 파워가 여러 곳에서 입증되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파워블로거 육성에 나섰다. 매월 20개 내외의 중소기업 유망제품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신선한 제품 온라인 체험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체험단 참가자는 해당 제품의 체험후기 등을 온라인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려 입소문을 내고, 주어진 미션이 계획대로 되면 체험제품 등을 가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오기철 중진공 e비즈사업처 부장은 “중소기업의 홍보 마케팅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년간 주스기만 만들었어요”

인터뷰 동아산업 김영기 대표

김영기 동아산업 대표와 휴롬 주스기.

“사람들이 각종 성인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정작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체대사와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효소와 영양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섭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남 김해시에서 30년간 녹즙기와 주스기를 만들어 온 동아산업의 김영기(60) 대표는 휴롬을 출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동아산업이 올해 초 개발한 압축 주스기 ‘휴롬 원액기’는 채소와 과일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강점이다.

갈지 않고 지그시 눌러 짜는 방식으로 원액을 만들어 원재료를 보존하는 기술은 현재 동아산업 한 곳만 가지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8개국에도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김 대표가 직접 기술개발을 했다.

“기술개발에만 전념하다 보니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었습니다. 오스카 만능녹즙기로 한때 사업이 순조로울 때도 있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녹물 나오는 녹즙기 사건이 터지며 매출이 급감해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올해 휴롬의 성공으로 3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2012년까지 1000억원 수출을 목표로 잡고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을 누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성은 기자·함현근 인턴기자·lsecono@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