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검찰파견 직원 85%가 법어기고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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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세청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가며 검찰에 12명의 직원을 무단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세청과 검찰에 따르면 9월 현재 검찰에 파견중인 국세청 직원은 모두 14명으로 이중 적법하게 파견된 인력은 단 2명뿐이고 나머지 12명은 총리 승인없이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공무원법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특정직 공무원을 제외한 부처간 인력파견은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이 검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파견한 적이 없다" 고 부인하고 있다.

국세청 인사담당자는 3일 "청장 결재와 총리 승인을 받아 검찰에 파견한 직원은 사무관 2명뿐" 이라며 "청장의 결재없이 직원을 다른 기관에 파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에서 확보한 '99년 9월 현재 파견근무 중인 타 기관 직원 현황' 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1년을 넘겨 근무하고 있거나 일부는 기한도 정하지 않고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처는 서울지검 및 대구지검.창원지검 등이다.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에서 세액계산 등 업무협조 차원에서 검찰에 수시로 파견될 수도 있지만 이는 업무상 출장에 불과하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특수부나 강력부 등의 수사지원 또는 수사보조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이들을 파견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출장기간이 아무리 길다 해도 한두달을 넘긴다면 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행정자치부의 해석이다.

행정자치부 인사담당자는 "국가공무원의 인력파견은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며 "무단으로 파견했다면 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이나 중앙인사위원회 감사에서 인력관리 소홀에 따른 지적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 외에도 관세청(4명).금융감독원(4명).경찰(1백76명) 등이 검찰에 파견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들이 모두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행정 전문가들은 "국세청 직원이 검찰에 파견될 경우 검찰은 영장청구 필요없이 이들을 통해 개인의 과세 및 세무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며 "철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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