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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혈서 의형제’ 허재 - 강동희 개막전부터 지략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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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승리를 다짐하며 함께 혈서를 썼던 의형제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5일 막을 올리는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격돌할 KCC 허재(44) 감독과 동부 강동희(43) 감독 얘기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동부 강동희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스타의 대결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농구연맹(KBL)이 개막전부터 두 감독의 맞대결 카드를 만들어 부담이 더 커졌다. 농구팬들의 눈이 두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강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첫 페이지가 될 데뷔전에서 과거의 보스를 만나게 돼 부담이 더 크다. 강동희는 ‘허재 형과 함께 뛰고 싶어서’ 중앙대에 갔고 같은 이유로 기아자동차에서 활약했다.

형제끼리도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1995년 농구대잔치 시절 폭풍처럼 밀려오는 후배(연세대 서장훈, 고려대 현주엽 등)들을 이기기 위해 썼던 혈서는 이제 기억도 없다. “뭐라고 썼더라”라고 강 감독은 말했다.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의 영광은 감독이 돼 받는 스트레스에 사라져 버렸다. TG에서 선수로 뛰던 2003년 허재는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LG의 강동희를 수비하며 “(자신 있으면) 던져 봐! 던져 봐!”라고 심리전을 썼고, 결국 승리했다. 강 감독은 “이제 그런 심리전에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맘이 편하지 않다. 반면 팀의 기둥 김주성은 기특하다. 김주성은 “감독님이 현역 시절에 입었던 5번을 달고 뛰면 좀 더 힘이 될 것 같다”면서 등번호를 바꿨다.

허재 감독도 급하다. 홈 개막전이라 반드시 이겨야 하며 ‘올 시즌 극강팀’이라는 팬들의 평가도 부담스럽다. KCC의 1패는 다른 팀의 2패 이상이다. 팀의 기둥인 하승진은 발목뼈 피로 골절로 운동을 하지 못해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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