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로서’와 ‘-로써’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조사 ‘-(으)로서’와 ‘-(으)로써’는 어떻게 구별해 써야 할까. 다음 몇 개의 예문을 통해 알아보자.

ㄱ. 그는 취임식 후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ㄴ. 나영이는 학급의 대표로서 학생회에 참석했다.

ㄷ. 말로써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말조심해야 한다.

ㄹ. 남자는 상투를 틂으로써 성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낸다. ㄱ은 그전엔 대통령이 아니었지만 취임식 후 대통령 신분으로 업무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ㄴ은 나영이가 학급 대표 자격으로 학생회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예문은 ‘-(으)로서’로 쓰는 게 맞다. “나는 그를 선배로서 대우했다” “그런 짓은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등도 ‘-(으)로서’가 적합한 문장이다. 반면 ‘-(으)로써’는 ‘재료나 원료,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낸다. ㄷ은 말 때문에 패가망신한 것이니 말이 패가망신의 도구로 쓰였고, ㄹ에서는 상투를 트는 것이 성인으로 인정받는 수단이다. 그래서 이 예문에는 ‘-(으)로써’가 옳다.

김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