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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노년시대] 중장년층 노년기 준비교육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노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년기 준비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활성화되지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노년기 준비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기업.대학 등을 합쳐 손으로 꼽을 정도. 기업은 포항제철.한국전력 등이 고작이며 대학도 사회교육원에서 '노인복지전문가과정' '노인교육지도자 평생교육과정' 등의 이름으로 주로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들만이 개설돼있다.

이밖에 시(市)나 구청 부설 노인학교.종합사회복지관.노인대학 등에서도 관련 특강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미 노인이 된 사람들을 위한 건강관리.취미생활 등의 성격을 띄고 있거나 아니면 단기특강이어서 효과가 적다.

이화여대 김미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기를 앞둔 중장년층에게 노년기 준비교육이 절실하나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며 "최근 경제난을 겪으면서 노인에 대한 배려가 더욱 축소됐다" 고 지적한다.

연세대에서는 금년 들어 노년기 준비교육 강좌인 '은퇴준비교육' 을 개설했으나 수강생이 적어 지난 9월 학기부터는 '미래사회와 자원봉사 연구' 로 내용을 바꾸었다.

노년기 준비교육은 노년기 건강.부부관계.노후경제계획과 관리.여가보내기 등 노년기 삶 전체를 조망하고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정년 후 재테크를 잘못해 파산한다거나, 심각한 부부불화를 겪는 등 노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막는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로 구성돼있다.

노년기 준비프로그램을 만들어 최근 시험운용 결과를 발표했던 전길양 한국가족상담교육단체협의회 선임연구원은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컸다" 며 "그러나 대다수 중장년층이 자녀와 노부모를 부양하기에 바빠 정작 자신의 노후문제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데는 신경을 못 쓰는 것 같다" 고 전한다.

또 오랫동안 사원을 고용했던 기업들도 '은퇴 후는 알아서 하라' 는 식. 전 연구원은 "기업에서만 은퇴자 준비교육을 제대로 실시해도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것" 이라며 아쉬워한다.

포항제철의 경우 94년부터 유쾌한 정년.자산의 운용.창업가이드.인생설계.부부건강관리 등을 내용으로 한 3일 과정의 '정년대비연수회' 를 실시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건강한 사회구성원의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노년기 준비교육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또 교육받은 인텔리 노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다양하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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