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대 도난 다이아 ‘영화처럼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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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1일 오후 4시쯤 부산 신세계센텀 백화점 보석코너. 중국인 2명이 시가 4억원짜리 다이아몬드반지(3.19캐럿)를 만지며 케이스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어 “사겠다”며 계약금으로 미화 1000달러만 지불한 뒤 잔금을 갖고 오겠다며 돌아갔다. 범인들이 중국말로 큰 소리를 치는 등 혼란스럽게 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점원이 확인한 결과 4억원짜리 다이아몬드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소란을 피우며 다이아몬드를 빼돌리고 빈 통만 돌려줬던 것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부산 해운대경찰서 형사6팀 경찰관들은 백화점 CCTV를 뒤져 용의자들의 화면을 카메라폰으로 찍어 김해공항 경찰대로 보냈다. 그러나 용의자들은 15분 전에 출국수속을 마치고 이륙 대기 중인 홍콩 드래건항공 KA301편에 타고 있었다. 출국수속을 받고 외국 국적기에 타고 있는 외국인은 한국 영토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된다. 이륙을 중단시킬 수 없었다. 대신 인터폴을 경유해 우리 측 홍콩 주재관에게 범인들의 CCTV 촬영 화면을 전송했다.

12일 0시20분 홍콩 국제공항 입국장. 홍콩 이민국 직원들은 입국수속을 하던 중국인 2명을 찾아내 홍콩 경찰에 인계했다. 홍콩 경찰은 이들의 짐에서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반지를 찾아냈다. 모리 밍(43)과 저우 야오밍(43)으로 밝혀진 중국인 2명은 장물취득 혐의로 구속됐다. 부산에서 홍콩까지 날아간 시가 4억원짜리 다이아몬드반지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성공할 것 같았던 이들의 범행은 우리 경찰의 재빠른 초기 대응에다 홍콩 경찰과의 공조로 8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반지가 돌아오려면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홍콩 형사소송법상 범인들의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증거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 법원이 1심 재판이 끝나기 전에 돌려주라고 결정하면 이르면 한 달 안에 돌아올 수도 있다. 해운대경찰서 김정근(42) 경사는 “국제 형사사법 공조 절차에 따라 범인과 증거물을 국내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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