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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여객기 테러로 추락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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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 여객기 2대의 동시 추락 사건이 테러단체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추락사건을 조사 중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추락한 Tu-154기 사고현장에서 폭발물 잔해를 발견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관리들의 말을 인용, "두대의 여객기 중 최소한 한대는 테러에 의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FSB 대변인은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폭발 물질은 헥소겐으로 200명의 사망자를 낸 1991년 모스크바 아파트 폭파테러 때도 사용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타르-타스 통신은 Tu-154에서 공중납치를 알리는 세번의 위험신호가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5분전쯤 인근 공항의 관제탑에 접수됐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슬람불리 여단' 이라는 이름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이날 러시아와 체첸 간 전쟁을 언급하며 여객기 추락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슬람불리 여단은 성명에서 "2대의 러시아 여객기에 각각 5명의 전사(무자헤딘)들이 탑승했으며 이들 무자헤딘들의 유언장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자헤딘들이 신의 가호 속에 체첸 등 부정한 러시아인들에 의해 고통받는 곳의 이슬람 형제들을 돕고 이들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파상 공세의 일환으로 첫 공격을 감행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알카에다'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나 지난달 파키스탄 총리 암살 미수 사건 때 '알카에다의 이슬람불리 여단'이라는 이름의 성명이 나온 적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따라 4명의 탑승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즈베스티야는 탑승자 중 체첸식 성(姓)을 가진 승객은 모두 4명으로 Tu-154기엔 1명, Tu-134기엔 3명이 탔었다고 보도했다. Tu-154기는 지난 24일 승객과 승무원 46명을 태우고 모스크바를 이륙해 흑해 소치를 향하던 중 이날 오후 11시쯤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에 추락했다. 같은 공항에서 43명을 태우고 출발해 볼고그라드로 향하던 Tu-134기는 모스크바 남쪽 200km 지점인 중부 툴라에 추락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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