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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 굶는 유치원생 짜증 많고 집중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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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천안시 두정동 온세상친구들유치원 학생들이 아침급식으로 준비한 잣죽을 먹고있다. 조영회 기자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황지현(40)씨는 아침 마다 전쟁을 치른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5 살배기 아들의 밥투정이 심해서다.

일주일에 평균 2~3번은 제대로 밥을 먹이지 못하고 유치원에 보낸다. 아이와 씨름을 하느라 직장에 늦는 일도 허다하다. 황씨는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아침밥을 굶는 유치원생들이 많다. 맹상복(사진) 천안시유치원연합회장은 지난해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2개 유치원에서 아침 급식을 시작했다.

봉명동에 있는 천사유치원에서는 120명 중 46명이, 두정동 온세상친구들유치원에서는 97명 전원이 아침 급식을 한다. 지난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학부모 의견수렴을 거쳐 시작한 일이다.

핵가족화 이후 맞벌이 부부들이 늘면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성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덩달아 아침식사를 거르는 유치원생들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49개 천안지역 사립유치원 중 아침 급식을 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로부터 1달에 4만~5만원 사이의 점심 급식비를 받고 있다.

천안시에서도 1인당 한 끼 230원씩 유치원 점심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교육일수(230일)에 미치지 못하는 180일(의무교육기간) 지원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유치원에서 아침 급식을 하려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맹상복 유치원연합회장은 “아침식사를 한 아이와 거른 아이는 오전 11시쯤 되면 확연히 구분된다. 아침밥을 굶은 아이들은 짜증이 많아지고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선생님 힘들어요’라는 말을 하는 아이들은 아침 밥을 굶은 경우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맹 회장은 조만간 연합회 차원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등에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부와 자치단체, 유치원이 조금씩 노력하면 아침급식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쌀 소비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규 순천향대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기 아이들이 아침식사를 거를 경우 성장과 발육에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성적이 떨어지고 점심 식사때 폭식을 하기 때문에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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