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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특수 날개 경비행기 공개 앞두고 두 교수 추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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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27일 오후 항공대 교수 두명이 몰던 경비행기가 추락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장항 나들목 인근을 소방헬기와 군.경 관계자가 수색하고 있다. [연합]

경비행기 성능시험 비행 분야의 권위자인 한국항공대 황명신(52.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교수와 은희봉(47.항공운항학과)교수가 27일 시험비행 도중 사고로 숨졌다.

경찰과 대학 측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낮 12시20분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4인승 경비행기 '보라'호를 몰고 항공대 활주로를 이륙했으나 15분쯤 뒤 비행기가 경기도 고양시 장항IC 부근 둔치 숲속에 추락하는 바람에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두 교수는 1993년부터 항공우주연구원 이종원(48)박사팀이 담당하는 민간 경비행기 개발에 줄곧 참여해 위험을 무릅쓴 성능시험 비행을 도맡아 왔다. 보라호에 앞서 8인승 쌍발 복합재 항공기와 4인승 '반디'호의 성능시험 비행도 수행했다.

99년 12월부터 과학기술부의 국책연구사업으로 이 박사팀이 개발해온 보라호(전장 8.3m, 전폭 10.8m, 무게 816㎏)는 날개가 앞 쪽으로 뻗도록 설계해 고속이나 저속 비행을 하더라도 안정감을 갖게 한 '전진익기'다. 이 같은 날개 설계는 민간 경비행기로는 세계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 박사는 "새로 개발한 경비행기의 성능시험 비행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분야"라며 "황 교수와 은 교수는 지난 6월 19일 4년여에 걸쳐 개발한 보라호의 처녀비행에 성공한 이후 세차례나 더 시험비행을 했고, 다음달 2일 언론 공개를 앞두고 이날 비행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의 빈소는 일산 국립암센터에 차려졌으며, 항공대 측은 이들의 영결식을 30일 학교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경찰은 연구원 및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추락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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