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ess] 포럼 참가 인도네시아.호주 기자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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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16일 호주와 맺은 안보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밝혔다. 호주가 동티모르 사태와 관련,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4회 아시아 언론인 포럼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수산토 퓨도마르토노 (56.자카르타 포스트 편집국장) 와 호주의 그레고리 셰리던 (43.오스트레일리안 국제부장)에게 양국의 입장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 인도네시아 - 수산토 퓨도마르토노

-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면 동티모르는 안정될 수 있나.

"인도네시아 군은 민병대에 총을 겨누지 못한다. 정부는 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외국군이 주둔하면 오히려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다. 민병대가 산으로 숨어들어 게릴라식 전투를 벌일 것이다. "

- 인도네시아인들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왜 반대하나.

"독립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단지 국민의 동의 없이 하비비 대통령 단독으로 주민투표를 허용했고, 외국군이 주둔하는 수모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데 분노할 뿐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다만 호주에 대한 적대감으로 불타고 있다. "

- 동티모르의 독립이 암본.아치에 등 다른 지역의 독립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는 언젠가는 독립시켜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암본.아치에인들의 반발은 경제.정치적 차별에서 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 "

- 동티모르 사태가 11월 대선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국민들은 하비비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군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지금 인도네시아인들의 희망은 메가와티다. 집권당 총재인 악바르 탄중이 유력한 후보이긴 하나 그는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메가와티는 일련의 동티모르 사태에서 집권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녀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크다. "

- 호주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하비비 정부와 인도네시아군에 실망한 국민들은 호주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

◇ 호주 - 그레고리 셰리던

- 호주는 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략을 누구보다 앞서 승인해주었다. 이번엔 독립을 위한 다국적평화유지군의 선두에 섰다.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닌가.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합병한 것은 동티모르를 식민지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향후 20여년간 인도네시아는 인권탄압과 학살을 자행했고 호주는 인도적 차원에서 도저히 방관할 수 없게 됐다. "

- 호주가 동티모르 독립에 개입하는 이유는 동티모르의 천연자원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호주의 동티모르에 대한 무역흑자는 연간 7백만달러 수준일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10여년간 호주는 동티모르에 적어도 수억달러 이상을 퍼부어야 할 것이다. 동티모르는 호주엔 파푸아뉴기니와 같다. 독립을 획득한다고 해도 건설.교육.식량공급 등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만 안겨줄 것이다. "

- 동티모르의 장래를 어떻게 보나.

"매우 불투명하다.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만큼 악화됐고 국민들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

-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관계가 악화일로다.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는 호주를 비롯한 서방국가에 대한 적대감으로 발전했다. 호주는 더 이상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국관계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다만 11월 대선에서 메가와티가 당선되고 그녀가 동티모르 사태를 현명하게 해결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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