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삼성차 보증채 이자지급 안돼 공적자금 애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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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우 계열사들이 발행한 보증 회사채와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가 채권금융기관간 이견으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신탁사들이 대우 계열사와 삼성차가 발행한 보증사채의 이자를 받지 못해 투신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계에선 자칫 투신에 대한 불신이 대규모 수익증권 환매사태→증시 폭락.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삼성차 부채처리 = 삼성차가 발행하고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선 회사채 원리금 2조1천억원의 해결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를 근거로 서울보증이 자산담보부채권 (ABS) 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 대지급키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막상 ABS를 발행하려 하자 산업은행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산업은행은 담보로 잡은 신호공단 땅은 자동차공장으로 팔리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다 명의 자체가 아직 부산시에서 삼성으로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삼성이 어느 기관에 준다는 말 없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양보할 경우 나중에 임원들이 업무상 배임죄를 지게 된다" 고 말했다.

이로 인해 투신사들은 벌써 이자 1천3백억원을 못받고 있는 것은 물론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올 원리금 3천1백원억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 대우그룹 보증사채 = 역시 서울보증이 보증을 선 회사채 원리금 9조5천억원이 문제다. 논란 끝에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 계열사들은 회사채 원금은 지급유예를 받되 이자는 정상적으로 갚고 이들이 못갚으면 서울보증이 대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이미 대우측은 6백78억원의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고 이 때문에 서울보증이 대지급 요구에 몰렸지만 서울보증도 대우에 가서 알아보라며 버티고 있다.

서울보증측은 현재 1조9천억원의 현금은 있지만 무작정 대우 회사채 원리금을 대지급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일단 각 대우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이 해당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줘 이자를 갚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당초 약속대로 서울보증이 무조건 책임져야 하며 안되면 정부가 서울보증에 공적자금을 넣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책임 떠넘기기 때문에 급해진 것은 투신사. 일부 투신의 경우 대우 회사채 이자를 받지 못해 수익증권의 기준가격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부가 나서야 한다 = 대우 보증사채나 삼성차 부채 정리에 따른 손실 분담은 채권단 내에서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손실규모가 너무 커 양보를 할 경우 해당기관이 볼 피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임직원은 문책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민.형사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에 있는 서울보증에 대해 정부가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투입, 손실의 일부를 분담한 뒤 채권은행.투신에도 일정부분의 손실을 나눠지도록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손실분담을 처리한 임직원의 면책조치도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금융기관들의 자금여력이 없는 만큼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이 시급하다" 며 "서울보증에 공적자금을 넣기 위한 정당성 확보나 절차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정경민.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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