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디자인 “요놈 물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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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달걀’은 일단 하고 나면 쉬워 보이지만 막상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여럿이 식당에 갔다고 가정하자. 내가 앉은 곳은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식탁이 연결돼 접시를 놓기 불편하다. 양 옆의 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접시를 만들겠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체스를 너무 좋아해 학교ㆍ도서관ㆍ공원 등에 갖고 다니고 싶지만 부피가 커서 가방에 넣기 어렵다면?

평소엔 얇은 종이처럼 접어놓았다가 게임을 할 땐 세울 수 있는 체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길가에 흩어져있는 낙엽을 보고 콤바인처럼 밀고 지나가면서 낙엽을 손쉽게 쓸어담을 수 있는 기기를 떠올려 본적이 있는가. 최근 해외 디자인제품 사이트에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디자인 제품이 눈에 띈다.

디자이너 쉬라 나훈은 ‘중간 좌석을 두려워 말라’는 이름의 접시를 만들었다. 머피의 법칙으로 일이 꼬이는 날에는 꼭 한꺼번에 일이 꼬인다. 식당에 갔는데 붙여 놓은 두 개의 식탁이 높이가 달라 수프가 한쪽으로 흘러 내리거나 미트볼을 포크로 집으려 하자 그릇이 흔들려 옆으로 튄다. 식당 점원이 이같은 불편함을 고려해 좌우의 높낮이가 다른 접시를 내놓는다면 그곳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디자이너 팬타오 유는 똑딱이 핀에서 영감을 얻은 휴대용 체스를 내놨다. 평소엔 납작한 똑딱이 핀이지만 게임을 할때 좌우를 구부리면 평평한 곳 어디에서나 세울 수 있는 체스가 된다. 보통의 체스 말에서 풍기는 기품은 없겠지만 실용적인 면에선 으뜸이다. 작가는 “여차하면 머리에 꼽아도 된다”고 농담조로 말한다.

디자이너 루리 비츠카라는 꽤 재미있는 발상을 했다. 모양은 잔디깎기(機)인데 하는 일은 낙엽 주워담기(機)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장착해 손잡이를 쭉 밀고가면 기기에 부착된 갈퀴가 낙엽을 긁어 뒤에 있는 통에 담는다. 마치 벼를 탈곡하는 콤바인 같지 않은가. 낙엽이 잔뜩 쌓인 공원에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는데 써도 좋을 것 같다. 바지단에 낙엽이 걸리지 않아 편하게 지나다닐 수 있게 말이다.

이지은 기자
사진출처=yanko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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