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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발라드가 뜬다…조성모등 새앨범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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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가을하면 발라드. 이탈리아의 느린 춤곡 '볼라레와, 영국.프랑스의 가곡 '발라드' 가 모태인 이 장르는 유독 애상적인 선율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힘입어 80년대 탄생 이래 끝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팬들의 귀를 찾아왔다.

◇ 팝 발라드 조성모

9월 가요계의 화제는 단연 조성모. 지난주 출시된 2집 '모어 댄 블루' 는 현재 60만장이 팔려나가 "이대로 가면 밀리언셀러가 될지도 모른다" 는 전망까지 나온다.

조성모의 매력은 록창법에 영향을 받은 중성적인 음색, 아이스크림 같은 미성 (美聲) , 그리고 능숙한 고음처리에 있다.

팝컬럼니스트 송기철씨는 "허스키 가수들보다는 변진섭.신승훈 같은 미성 가수들이 '대권' 을 잡아온 과거로 볼때 조성모는 이들을 이을 가능성이 있다" 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조성모는 아직까지는 제작사의 컨셉에 맞춰 노래하는 '머쉰' 에 불과해보인다. 이번 음반의 성공은 발라드의 흥행 문법을 충분히 체득하고 있는 베테랑 제작사의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피아노가 이끄는 잔잔하면서도 인상깊은 전주 (前奏) 와 언젠가 들은듯, 감미롭고 따라 부르고픈 멜로디가 그 첫번째다. 발라드는 댄스와 더불어 상업성이 극대화된 장르. 작곡가들이 대중적 반응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쓰다보면 교본으로 삼았던 일본 노래 비슷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연 표절시비가 흔하게 일어난다.

조성모를 스타덤에 올린 '투 헤븐' 도 일본 곡 표절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슬픈 영혼식' 등 새 음반 수록곡들은 현재 표절의혹을 받고있지 않다.

다음은 '쿵!' 하는 드럼소리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치고 올라가는 절정부. 록에서 영향받은 이 '화려한 절정부' 는 한국 팝발라드의 오랜 관습이다. 마지막으로 촉촉한 나레이션 스타일로 읊는 끝처리.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발라드의 애상적인 이미지를 돋운다.

이같은 흥행문법에 덧붙여 조성모의 퍼스낼리티가 대중을 끌어당긴다. 뮤직비디오를 앞세워 얼굴없는 가수로 관심 끌기에 성공했던 그는 이번에는 홍콩에서 촬영된 세련된 뮤직비디오로 최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조성모는 상업가요의 정점 발라드의 위치를 재확인 시키고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수 개인의 뛰어난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제작 시스템의 승리로 비친다.

앞으로 조성모의 가요사적 위치는 그 본인이 얼마나 자신의 음악성을 키우고 스스로 부각해낼지에 달려있는 듯하다.

◇ 포크발라드 유익종

통기타 반주에 맞춰 편안하면서도 우울한 정서를 띄워내는 유익종. 그는 중년층의 자아 관조로 상징되는 90년대 포크 발라드 맥을 잇고 있다 지난해 IMF 태풍은 성인가요를 침몰시켰다.

그러나 유익종은 소리소문 없이 호응을 얻었다. 3년만에 내놓은 5집에서 '그리운 얼굴' 은 7만장 넘게 팔리는 히트를 쳤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소리로 노래 부르는 가수' 란 평을 듣는다. 여기에는 어딘지 트로트 냄새가 나는 '한국형 창법' 도 한몫한다. 이정도 되면 쉽게 음반을 팔아먹을 수 있는 가수일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최근 낸 새음반은 과거 발표곡중 '최악의 노래' 만 골라 모은 '워스트 (Worst)' 음반이다. 음악성에서 최악이 아니라 흥행성에서 최악인 노래들을 골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제작자가 "히트 가능성 없다" 며 밀쳤던 곡들이다. 완숙미와 실험정신이 살아있어 상업구도의 정점에 있는 발라드에 한가닥 발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록 발라드 박완규

전율스런 고음처리를 자랑하는 김경호가 3년째 록 발라드 대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그에 필적할 멋진 신인이 탄생했다. 애절한 발라드 '천년의 사랑' 으로 한창 방송을 타고있는 박완규. 2년전 록밴드 '부활' 의 보컬로 활약하며 '론리 나이트' 란 노래를 불렀던 그 사나이다.

3옥타브 넘는 높은 음역을 자랑한다. 걸리적거리지 않고 쭉 치솟는 창법이 시원하다. 터질듯한 고음처리도 좋지만 묵직한 중저음에서 사나이 노래 맛이 물씬하다.

칭찬에 인색한 가요계 종사자들도 그가 '물건' 임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한 팝 컬럼니스트는 그의 라이브를 듣고 "입이 딱 벌어졌다. 감전된 줄 알았다" 고 말한다.

10대 시절부터 기지촌 미군클럽에서 노래해온 팝 키드다. 그래서 일반적인 한국형 록발라드와는 많이 다르다. 음색이 물기 없이 건조하다.

어떻게 들으면 80년대말 국내에서 빅히트한 '나 여기 다시 간다네' (Here I Go Again on My Own) 의 보컬 데이비드 커버데일을 연상시킨다.

타이틀곡 '천년의 사랑' 은 흥행을 위해 한국형 록발라드 문법을 많이 취했다. 그런데도 전반적으로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서구형 음색의 가수를 한국형 음반안에 우겨넣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박완규는 "대중의 감각을 알기위해선 이런 스타일로 데뷔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나 자신과 대중에 모두 충실한 음반을 내놓겠다. " 고 말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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