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승무원 때아닌 신분논쟁…노조설립 반려로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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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항공기 승무원이 청원경찰인가 - . 항공기 조종사와 남녀 승무원 (스튜어드.스튜어디스) 의 신분을 놓고 항공사 내부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지난달말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들이 노조를 결성,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되면서부터. 이유는 조종사들이 청원경찰 신분이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원경찰에 임용된 사람에게는 경찰공무원법을 준용,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도록 청원경찰법은 규정하고 있다.

기장.승무원에 대해 청원경찰 자격이 주어지기 시작한 것은 69년 12월 서울발 속초행 대한항공기가 간첩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뒤부터. 이후 보안승무원이 보안업무를 맡아오다 80년 7월 항공보안업무가 항공사로 이관됐다.

항공사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보안승무원을 없애고 일반 승무원이 그 역할을 대신토록 했다.

대한항공은 1천3백여명의 조종사와 남승무원 전원을,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전원은 물론 1천3백여명의 여승무원 중 6백여명을 청원경찰로 임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청원경찰의 신분으로 임용됐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지난 5월 일반직원과 정비사 등으로 결성된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따르면 회사측은 청원경찰에 임명된 남녀승무원들에게 일부 수당을 지급하고 있을 뿐 청원경찰법상 훈련 등 기본적인 의무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들은 기장이 청원경찰을 겸하는 경우가 없는 데다 대만을 제외하고는 조종사 노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도 없다며 청원경찰법의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도 불사할 태세다.

반면 항공사 측은 승무원들이 항공기 이용자의 거동 관찰, 유사시 항공기 범죄자에 대한 협상, 폭발물 제거 등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청원경찰로 임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대훈.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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