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선 '새천년행사'…지자체 예산없어 취소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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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그럴듯한 새 천년 맞이 행사나 기념사업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주민 반발에 부닥쳐 사업 자체를 취소 또는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무등산.영산강변 등지에서 올 연말 열기로 한 '동방의 빛 2000' 축제가 예산부족으로 무산됐다.

시는 1백41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70%를 정부지원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축제 개최를 포기했다.

이 축제는 광주의 장기 발전계획이나 민선 2기 역점과제, 올 시정방향에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다른 지자체들이 행사를 열기로 하자 광주시가 즉흥적으로 축제를 기획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충북도도 "일회성 행사에 거액을 쏟아붓는다" 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쳐 최근 당초 계획한 20가지 밀레니엄 사업 중 15억원이 드는 천년대종 건립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모두 유보했다.

충북도는 2001년까지 44억원을 들여 천년대종 건립과 모형브리지 전시회.인쇄출판박람회 등을 계획했었다.

강원도는 ▶정동진 대형 모래시계 건립 ▶비무장지대 (DMZ) 밀레니엄 행사 ▶정동진. 경포. 양양.낙산 등 동해안 명소 6곳에서의 해맞이 행사 등을 계획했으나 확보된 예산은 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가장 큰 사업인 대형 모래시계 건립도 후원업체를 구하지 못해 설계변경을 한 끝에 지난달 초 가까스로 공사에 착공했을 뿐이다.

나침반.해돋이탑.밀레니엄 전망대 설치 등은 사실상 연내 준공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포항시는 올해 말까지 조성키로 한 '해맞이 광장' 의 규모를 최근 축소했다.

안남영.천창환.서형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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