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북아 상생·협력 동반자 확인한 3국 정상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6면

한국·중국·일본의 세 정상이 채택한 ‘한·중·일 협력 10주년 공동성명’과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공동성명’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정치·외교 분야의 상호 신뢰 증진, 인적 교류 확대 등이 합의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녹색성장 추진, G20 정상회의를 통한 경기 회복, 보호무역주의 반대 등 세계적인 이슈들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들은 또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관심을 표명하고 환경 보호 등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자는 뜻을 표명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정상회의 역내 개최 정례화 등 3국 간 협력체제의 기틀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층 구체화된 합의들이 나와 주목된다. 지역 공동체 결성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그제 폴란드 대통령이 리스본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정치적 통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흐름에 뒤처져 있던 동북아 3국이 ‘상생하는 협력 동반자 관계’를 외치며 지역공동체로의 첫 걸음을 뗀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크다. 3국은 동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며, 경제 규모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3국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고 험하다. 과거사·영토 문제 등 잠재된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은 스스로의 역할을 전략적으로 강구해 위상을 최대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중국과 일본의 화해 무드가 눈에 띄었다. 양국의 밀월 조짐은 역대 안정과 현안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한국으로서는 강국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고 원만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들을 통해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미국·일본과 다져 온 전통적인 동맹 관계가 동북아 3국 내 조정자 역할과 무리 없이 매끄럽게 조화되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일도 과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