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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베이징 사계] '주먹'이 앞서는 대만 해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1일 중국 신문은 화약냄새로 가득찼다.

돌진하는 탱크와 함포사격에 이어 상륙작전을 감행 중인 인민해방군 등…. 대만을 겨냥해 실시한 군사훈련을 대형 사진을 곁들여 집중 보도했다.

12일엔 뉴질랜드 중.미 정상회담에서 장쩌민 (江澤民) 주석이 대만에 대해 결코 무력불사용을 승낙할 수 없다고 역설한 점을 강조했다.

유사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더라도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다.

이와 관련, 11일 중국의 모든 언론엔 '우리는 왜 무력사용 포기를 승낙하지 않는가' 라는 글이 실렸다.

해방군보 (解放軍報) 평론원이 쓴 이 글은 대만에 대해 무력사용을 포기할 수 없는 배경.이유.원칙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우선 대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쟁과 평화 두가지 방법이 있으나 역대로 전쟁이 주요 수단으로 쓰여 왔다는 것이다.

명말 (明末) 정성공 (鄭成功) 장군이 네덜란드로부터 대만을 되찾을 때, 청 (淸) 이 대만을 세력권에 편입할 때, 일제로부터 대만을 회복할 때 모두 평화가 아닌 전쟁이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무력사용 불포기의 직접적 이유로는 두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전략적 고려. 즉 무력사용 포기를 선언하고서는 평화적 통일 역시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통일협상이란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순수 중국의 국내문제인 대만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외국세력이 개입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 외국세력은 중국이 통일되고 강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이 무력사용 불포기 원칙을 고수해야 외국세력들이 함부로 리덩후이 (李登輝) 를 사주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무력사용의 대상은 대만동포 전체가 아니라 대만독립을 추구하는 일부 세력들로 한정된다고 토를 달고 있다.

청나라의 강희제 (康熙帝) 는 대만섬 옆의 펑후 (澎湖) 열도를 점령, 대만섬 전체를 정복하지 않고도 통일을 이뤘다.

혹시 지금의 중국 정부는 그 재연을 꿈꾸는 것일까.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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