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뱃속 아기엔 신나는 음악이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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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교 콘서트를 여는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씨(右)가 아내 이은수씨, 아들 서원이와 함께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시중의 태교 음반을 들으며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그저 조용하고 차분하면 태교에 좋은 줄 알지만 알고 보면 음악가의 우울한 감성을 표현한 곡인 경우가 많거든요."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37)씨가 20~29일(월요일 제외) 서울 정동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재즈 태교 콘서트를 연다. 탄생의 영광을 그린 '그레이스(Grace)', 파란 하늘을 보며 느낀 생명력을 표현한 '서니 데이즈(Sunny Days)' 등 자신의 앨범에 담긴 곡들을 편곡해 연주한다. 자장가와 만화영화 주제곡 등도 재즈로 편곡해 태교 음악으로 바꿔놓을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태교 음악은 '음악가가 즐거운 기분으로 만든 신나고 아름다운 곡'이다.

"제가 원래 낙천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뱃속에서부터 아빠 음악을 들어서인지 우리 서원이는 지금까지 30초 이상 운 적이 없어요."

곽씨는 결혼 10년 만인 지난해 어렵게 첫 아이를 얻었다. 결혼 3년차부터 아이를 가지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결혼 8년 만에 가까스로 임신에 성공했지만 곧 유산되고 말았다.

곽씨와 동갑내기 아내 이은수씨는 유산 직후 국내 최초로 '키즈 카페'를 열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키즈 카페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곽씨는 200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음반 '데이지(Daisy)'에 유산된 아기에게 바치는 곡 '왈츠 포 제인(Waltz For Jane)'을 담기도 했다.

그런 사연 때문인지 곽씨는 출산 기피 풍조란 말이 나오면 펄쩍 뛴다.

"어떻게 그런 말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기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데…."

마침 공연 기간 중인 28일(토요일)은 서원이의 돌이다. 토요일에는 두 차례(오후 2시와 오후 4시) 공연을 하지만 이 날은 돌 잔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차례(오후 5시)만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곽씨는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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