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장쩌민 11일 정상회담] 대만문제 최대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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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과 중국이 관계개선을 위한 접점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양국은 또 중단했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협상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만해협 긴장을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부분적인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현안 = 양국관계는 지난 5월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 이후 꼬일 대로 꼬여 있다.

오폭사건 이후 미 의회는 콕스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미 핵기술 절취 의혹을 폭로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대만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의 양국론 발언도 미.중 관계의 틈새를 더욱 벌렸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을 향해 무력행사를 경고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강행, 중성자탄 보유 선언 등 강경노선을 밟아왔다.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미국.나토에 맞서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江주석을 둘러싼 중국 상층부의 대미 (對美) 강경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의 관계악화는 이로울 게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미 해군함정 티피커누호의 홍콩 기항을 허가했고, 새로 지명된 주중 미국대사 조지프 프루어의 아그레망도 곧바로 접수했다.

미국도 중국을 다독거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난 6월 북한 김영남 (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데서 보듯,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 판단하고 있다.

또 미 통신회사들의 중국진출이라는 실익도 챙기는 한편 내년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에도 능숙한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관계개선 = 정상회담은 지난 7월 클린턴 대통령이 江주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성사됐다.

베이징 (北京) 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갈등의 불씨였던 대사관 오폭사건은 진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두차례에 걸친 클린턴의 유감표명에 이어 진상 재조사.책임자 문책 등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수용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이 회담에 적극성을 보인 배경에는 10월 1일 건국 5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江주석의 위상을 높이려는 속셈도 있다고 한다.

미.중 관계개선과 WTO 가입을 성사시켜 지난 4월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미국 방문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江주석이 해내 자신의 국내외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 전망 = 대만해협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국은 클린턴 대통령에게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독립 불인정 ▶두개의 중국 불인정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불인정 등 3불 (不) 정책을 끌어내 대만의 양국론 (兩國論) 을 다시 한번 억누르겠다는 계산이다.

江주석은 8일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와 회담 직후 대만문제에 외세개입을 경고하면서 무력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은 일단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해 중국을 포용하되 무력사용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러의 밀착을 사전에 봉쇄하고, WTO협상에서 중국의 관세인하와 시장개방 스케줄을 확실하게 보장받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결국 양국은 뚜렷한 입장차이를 전제로 현실적인 필요엔 서로 부응한다는 부분적인 관계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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