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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 이웃 부족도 한글 관심…부톤섬은 한글 세계화 전초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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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글 채택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정부와 부톤섬의 시 당국이 협력하면 부톤섬 내 다른 부족들에게 한국어를 확산시키는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에 위치한 바우바우시 수후프안 사무총장(51·부시장격)이 4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섬에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이 지난 8월 한글을 표기어로 채택해 배우고 있는 데 이어 다른 부족이나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표기어가 없는 라토뱅케 부족이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일반 대학에 한국어과가 신설되고, 거리 표지판에도 한국어가 곧 등장할 전망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분위기는 이미 시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부톤섬이 한글 세계화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표기어로 한글 확산=부톤 섬 인구는 50만 명 정도다. 자바인과 순다족 등 10여 개 주요 종족이 모여 산다. 대부분 부족어를 갖고 있다. 이 중 라토뱅케라는 소수민족이 최근 찌아찌아족의 한글 채택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구 3만여 명의 이 부족은 현재 부톤 섬 최대 부족인 올리오족 언어를 표기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리오어가 부족어의 모든 음을 표기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입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채택하자 부족 내부에서 한글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톤섬의 유일한 언어학자인 무크민(41·바우바우시 기획국장)은 “라토뱅케 부족이 찌아찌아족 한글 채택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한국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면 이들 부족은 물론 다른 부족들도 한글을 표기어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톤 섬 최대 부족인 올리오족도 한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부톤 섬 수도인 파사르와조 시 구청장인 아구스는 5일 “찌아찌아족 한글 채택 소식은 들었다. 지금까지 부톤 섬 소수민족들은 모두 올리오족 언어를 표기어로 채택했는데 한글이 이를 대체하기 시작한 셈이다. 한글이 배우기 쉽고 올리오족 언어보다 우수하다면 추후 표기어 채택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도 한국어과 개설 움직임=바우바우시에는 유니다얀 대학과 모아마디아 대학 등 4개 대학이 있다. 대부분 이슬람 계열이다. 내년에 이들 대학이 한국어과를 신설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글은 남의 나라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후프안 사무총장은 “찌아찌아족 고교에서 이미 한글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더 원하면 학과 개설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한국 관련 교재나 교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우바우시에는 10여 개 초등학교와 9개 중학교, 6개 고교, 5개 직업학교가 있다. 대부분 한국어 수업을 원하고 있지만, 교사와 교재 부족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4개 찌아찌아족 초등학교들은 “한시가 급하다”며 시 당국에 한국어 교사와 교재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시 당국은 앞으로 시내 모든 초·중·고교에 한국어 교사 2명씩을 배치해 주요 외국어로 가르칠 계획이다. 또 한국 훈민정음학회 등의 도움을 받아 2층 규모의 ‘한국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 표지판의 한국어 명기도 고려 중이다.

◆MB "전세계에 세종학당 설립”=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최근 공식 문자로 한글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한글이) 이제 문자가 없는 언어의 새로운 문자가 되고 있다. 인류의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종대왕상 제막식에서 “세종대왕을 받든다는 것은 창의와 실용의 정신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문화강국을 이루고자 하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세종학당’을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까지 한글 교육·홍보 기관인 세종학당을 세계 150곳에 세울 계획이다.

바우바우시(인도네시아)=최형규 특파원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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