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예금보험공사도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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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은행의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예보가 우리은행의 대주주로서 관리책임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거액의 공적자금을 낭비했다고 집중 추궁했다.

우리은행의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에 대해 이미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임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과 함께 예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또 황 전 행장에 대한 늑장 징계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파생상품 투자가 시작되던 시점에 우리은행 상근감사위원이 감사의견서를 통해 문제점을 경고했다”며 “내부 의견을 잘 챙겨 조치를 취했더라면 거액의 투자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황 전 행장이 재직하던 2004~2007년 이뤄진 지나친 자산 확대가 부실의 실마리가 됐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예보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예보와 우리은행 사이에 오간 공문을 확인해 보니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보고는 전혀 없었다”며 예보의 소홀한 관리를 문제 삼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도 “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경영이행 약정(MOU) 점검 결과가 예보위원회에 보고되기까지 217일이 소요됐다”며 “이는 평균 소요기간인 49일보다 네 배 이상 늦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보의 징계 시점도 문제가 됐다. 예보는 2008년 4월 황 전 행장에 대해 ‘성과급 삭감’이라는 경징계를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엔 ‘3개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황 전 행장이 지난해 초 금융위원장 후보로 유력시되자 징계를 질질 끈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2008년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은 황 전 행장이 그 전해에는 1억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챙긴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우 예보 사장은 “황 전 행장에 대한 징계가 늦어진 건 예보 사장의 교체에 따른 공석이 두 달 이상 있었고, 민감한 사항이어서 신중을 기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우리은행의 외형 확대와 관련해 여러 차례 개선과 관리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평가 당시의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모양내기 경영에 치중하게 된다”며 “장기적인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원들은 다음 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독당국과 예보의 관리 책임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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