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한때 떴다 잊혀진 ‘엇나간 천재’ 1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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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밴버드의 어리석음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 400쪽, 1만4000원

“패배한 이들에게 환호를!/(…)/정복당한 영웅들에게도!”(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2등마저도 기억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아예 엇나간 천재들에게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이 책은 ‘세상을 바꾸지 않은’ 1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때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하나같이 역사에서 잊혀진 이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보다 그 시대가 더 기묘해 보인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1775~1835)의 기행을 보자. 그를 아는 이들은 모두 윌리엄을 바보라고 했다. 골동품 수집가인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윌리엄이 벌인 일이 셰익스피어의 친필 원고 위조. 이 국민작가의 편지를 위조하고 『리어왕』의 육필 원고를 발견해 냈다. 급기야 존재하지도 않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발굴’해 실제 무대에 올릴 정도였다. 결국 사기극은 들통났지만 이 ‘바보’가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으리라고는 그 아버지조차 믿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든 천재도 있지만, 때를 잘못 만난 천재도 있다. 미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포도 품종인 ‘콩코드 포도’를 개발했지만 특허권 보호를 받지 못해 가난뱅이로 죽어간 이프리엄 웨일스 불(1806~95). 그의 비명(碑銘)을 보자. “그는 뿌렸고, 다른 이들이 거두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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