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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나들이] 세컨 핸드 무용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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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선 엄청난 제작비나 거창한 철학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잘 훈련된 몸을 갖춘 무용수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세계무용축제 (SIDance) 초청작의 하나로 지난 7~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세컨드 핸드 무용단 공연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강아지와 함께 느린 왈츠를' '괴짜 자매' '인간파리' 등 5분 내외의 소품 12개를 2부로 나누어 보여준 이번 공연은 '인간의 몸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오직 무용수 3명의 몸과 아주 간단한 소품만으로, 만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발한 동작을 보여주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스스로 '포스트모던 퍼포먼스 앙상블' 이라고 이름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의 공연은 기존의 춤 개념을 파괴한다.

정통 발레나 마사 그레이엄 류의 모던댄스 테크닉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과 거리가 먼 아크로바틱이나 놀이동작도 과감히 끌어들인다.

마치 살아있는 조각처럼 세 개의 몸뚱이가 서로 꼬이고 융합하면서 만들어내는 형상이 이들 춤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이들 스스로 자신의 춤을 즐기는 모습 자체가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머리' 그레그, '장발' 앤디, '또 다른 한 명' 폴은 귀가 늘어진 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근육을 살짝 덮은 아랫배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의 리듬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내밀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고통스런 표정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시선과 미소가 아크로바틱의 원무대인 서커스와 다른 점이라 하겠다.

1부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는 '피아졸라 탱고' 는 무용수들이 각각 손전등 2개를 들고 꾸미는 무대. 아무런 조명 없이 손전등만으로 빚어내는 다양한 장면은 영화의 빠른 장면전환을 보는 것 같다.

손전등을 켜고 끄는 치밀한 시간 계산, 그리고 마지막에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쌀 7㎏이 마치 폭포 아래 서있는 것 같은 시각효과를 주는 것은 정말 놀랍다.

이밖에도 찍찍이라고도 불리는 벨크로를 모자와 공으로 만들어 펼치는 '벨크로' , 낡은 냄비와 도마를 엉덩이에 붙이고 발 뒤축으로 걷어차면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탭댄스를 연상시키는 '딸깍이들' 등은 특히 인기있는 작품이다.

서울공연은 이틀만에 막을 내려 아쉽지만 다행히 11~12일 과천 시민회관 야외무대로 자리를 옮겨 계속 관객을 만난다.

저 바다건너 제주도에 있는 사람이라도 꼭 한번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공연이다. 공연개막 오후 8시.02 - 500 - 1233.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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