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첨단 배달'…우체국, 정보화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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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체국이 달라진다. 단순히 우편물 보내고 받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첨단 위성인터넷 플라자와 PC교육장이 설치된 종합 정보통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주요 우체국마다 젊은 벤처기업인의 양성을 위해 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서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의 터전으로도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신은 과거 체신부에 비해 종합적인 정책 기능을 가진 정보통신부가 탄생한 이후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산간오지에도 초고속 인터넷 = 앞으로 시골 우체국 지붕에는 둥근 위성안테나가 설치된다.

정보통신부는 6일 현재 38개인 위성인터넷 플라자를 연말까지 1백40개로 늘리고 내년에 1백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올해는 강원도 태백시나 정선군과 같은 산간지역과 전남 신안군의 홍도 등 도서지방에 집중될 예정.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 우체국 안에 일정 장소를 할애, 여기에 고급 PC 5대와 프린터 등 주변기기를 설치하는 외에 1메가bps급 (초당 A4용지 1백장 전송용량)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망을 연결, 지역 주민들이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무궁화위성 3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확대가 가능해졌고, 연인원 60만명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때때로 주민들 대상으로 정보사냥대회도 열어 인터넷붐을 일으킨다는 것이 정통부측 복안이다.

◇ 전자상거래 전진기지 = 우체국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 2천8백개 우체국 3만여명의 인력으로 방방곡곡을 커버하는 막강한 배달망. 이를 활용, 이미 전국 우체국들이 전자상거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달부터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포스트 (http://www.epost.go.kr)' 를 개설, 3백개가 넘는 국산 우수소프트웨어의 주문판매는 물론 전국 3천여개나 되는 특산품 판매 영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대상을 늘릴 계획.

◇ 국민PC 보급 채널 = 최근 12개의 국민PC 보급업체를 선정한 정통부는 우체국을 통해 국민들에게 PC관련 자료와 카탈로그를 공급해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계획이다.

국민PC 업체들의 약점은 컴퓨터 값은 대당 1백만원 이하로 싸지만 유통 채널과 AS망, 그리고 각종 교육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 이런 약점을 정통부가 우체국을 통해 메워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를 이용, 전국 어디에서나 국민PC를 주문하면 해당업체와 접촉, 합의될 경우 이틀 안에 보내주는 체제도 마련키로 했다.

또 현재 전국 38개 우체국에 설치된 PC교육장을 내년 중반 1백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PC를 구입하려는 주민에게는 월 2만8천원씩 36개월 할부구매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열어 사실상의 팩토링 할부금융사업에도 뛰어들었다.

◇ 벤처 천국 = 현재 서울 구의.충정로 우체국 등 여섯군데에 우체국 창업지원실이 설치돼 있으며 이곳에는 60개 업체가 입주해 벤처기업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우체국측은 카드출입장치를 설치해 젊은이들이 24시간 오갈 수 있도록 배려했고 월 임대료도 2만원대로 사실상 거저나 다름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 새로운 금융강자를 꿈꾼다 = 지난해말 체신금융 수신고는 12조원에서 현재는 17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우체국 체신금융의 영업방법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TV광고를 시작했고 지난 97년말 국제통화기금 (IMF) 경제위기 극복을 내걸고 '나라사랑 이웃사랑 통장갖기' 라는 행사를 열어 6개월만에 수신고를 8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렸다.

또 민간 경영기법을 적용, 내부 경영평가시스템을 강화해 직원들에게 최고 1백50%까지의 상여금을 차별지급하기도 했다.

아직 대출 업무는 못하지만 체신예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고 90%까지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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